2024년 11월 22일(금)

'XY 염색체' 대만 복서에게 패한 여자 복싱 선수가 손가락으로 만든 'X'의 의미

인사이트스베틀라나 스타네바가 린위팅과의 8강전 경기 이후 관중을 향해 'X'제스처를 하고 있다. / X 'Motabhai012'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의 성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성별 논란에 휩싸인 알제리의 이마네 켈리프(Imane Khelif, 26)와 대만의 린위팅(林郁婷, 28) 모두 준결승에 진출해 메달을 확정 지은 가운데 린위팅과 맞붙은 불가리아 선수의 손가락 제스처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4일(현지 시간) 린위팅은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복싱 여자 57kg급 8강전에서 불가리아의 스베틀라나 카메노바 스타네바(Svetlana Kamenova Staneva, 34)를 5-0(30-27 30-27 29-28 29-28 30-27) 판정승으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올림픽 복싱의 경우 동메달 결정전이 열리지 않기에 린위팅은 준결승에서 패하더라도 동메달을 목에 걸게 된다.


인사이트린위팅 / GettyimagesKorea


이날 경기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린위팅이 성별 논란에 휩싸인 선수였기 때문이다.


앞서 린위팅과 켈리프는 성별 적격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지난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았다.


당시 IBA 측은 칼리프와 린위팅이 남성 염색체인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어 검사에서 탈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없다"며 켈리프와 린위팅의 여자 복싱 경기 출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이로 인해 린위팅은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다.


인사이트GettyimageKorea


이날 린위팅에게 패한 스타네바는 경기 직후 관중들 앞에서 두 검지를 교차시켜 'X'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영국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스타네바는 이 제스처의 이미에 대해 직접 밝히지 않았으나, 자신은 여성이며 XX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제스처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후 린위팅은 스타네바와 악수를 나눴고 스타네바는 린위팅이 링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로프를 잡아줬다.


스타네바의 코치 보리슬라브 게오르기에프(Borislav Georgiev)는 "린위팅은 경기에 참가해서는 안 됐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린위팅의 출전 여부를 말할 수 있는 의료인은 아니다. 하지만 검사 결과 그가 XY(남성)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 그는 이곳에 있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린위팅, 지난해 스타네바에게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 빼앗겨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데일리메일은 린위팅의 승리가 지난해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빼앗은 스타네바에 대한 복수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당시 린위팅은 스타네바에 승리했으나, 성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경기 결과가 뒤집혀 '무승부'가 선언된 바 있다.


린위팅이 파리 올림픽 동메달을 확보했다는 소식에 그의 SNS에는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결국 린위팅은 SNS를 폐쇄했다.


린위팅은 인터뷰에서 "매우 불안한 단계였다. 경기에서 이겼다고 해서 편히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응원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SNS를 닫았기 때문에 읽지 못했다. 대만의 모든 국민이 저를 지지하고 있으니 그 힘을 빌려서 끝까지 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인사이트(가운데) 성별 논란에 휩싸인 여자 복서 이마네 켈리프(알제리) / Instagram 'imane_khelif_10'


실제로 대만 사회는 린위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중국시보, 자유시보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SNS를 통해 "린위팅의 성별 논란은 그의 실력을 두려워 한 상대방이 일부러 꼬투리를 잡아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전했다.


대만의 한 의학 전문가 또한 "린위팅이 남성 염색체인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분비가 완벽하지 않아 스포츠 성적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린위팅이 13살에 가정 폭력으로부터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권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만 국민들의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성별 논란에 휩싸인 이마네 켈리프와 린위팅 모두 태어날 때부터 여성으로 태어났으며 여권에도 여성으로 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