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7일(월)

"발가락·손 없는 아이가 태어나고 있어요"... 북한 핵실험장 주변서 발생하는 '유령병'의 정체

"북한 핵실험장 인근서 이른바 '유령병' 퍼지고 있어"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북한 핵실험장 인근에서 신생아의 항문, 발가락, 손이 없는 정체불명의 질병이 퍼지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더선(The Sun)은 2015년 탈북한 이영란 씨의 말을 인용해 북한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질병은 북한에서 '유령병'이라고 불린다.


인사이트2018년 5월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 뉴스1


이씨는 "2015년 북한 탈출 전까지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 살았고, 내 아들은 이 유령병에 걸린 환자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이어 "길주에서는 항문, 발가락, 손이 없는 아이를 낳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북한에서는 유엔이 제공한 의약품은 정부 고위 관리들이 사재기하고 있고, 무료 의료 제공 약속과 달리 약국 선반은 텅 비어있다"라고 주장했다.


2014년 10월 27세의 아들이 미열 증세를 보이자 이씨는 중국에서 밀수된 암시장 약품에 의존했다고 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자 그는 아들을 병원에 데려갔지만, 의사는 "아들의 폐에 1.5cm와 2.7cm 크기의 구멍이 있다"며 "왜 점점 더 많은 청년 성인들이 병원에 오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방사능 노출 수준 매우 높고, 백혈구는 매우 낮아"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결국 이씨는 아들을 떠나보냈다. 2015년 2월 탈북해 중국으로 넘어간 그는 그해 8월 한국으로 온 뒤 적응 교육을 받고 연락 가능한 중개인을 통해 아들에게 돈을 송금했다고 한다.


이씨는 "2018년 5월 저의 자랑이자 기쁨인 아들을 잃었다"며 "제 아들은 병원에 가서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한 채 죽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방사능 검사 결과, 노출 수준이 매우 높았고 백혈구가 매우 낮았다"면서 "여기저기 아프고 다리가 아파서 잘 걸을 수 없고 두통 때문에 1년에 여섯 번이나 입원했다"라고 설명했다.


인사이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GettyimagesKorea


북한의 '유령병'에 대한 보도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9월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빌딩에서 열린 '길주군 탈북민들의 핵실험 피해 증언' 기자회견에서도 김순복, 남경훈 등 핵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출신 탈북민들이 이같이 주장했다.


남씨는 "동네에 환자가 늘고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났을 때 주민들은 '귀신병'에 걸렸다고들 말했다"며 "당국에서는 방사선 피폭 가능성은 얘기하지 않고 '고난의 행군' 때문에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영향이라고 구실을 만들었다"라고 지적했다.


김씨도 "군인들이 오기 전에는 살기 좋은 마을이었는데 점차 결핵, 피부염 환자가 늘었다"며 "사람들은 '귀신병'에 걸렸다며 무당을 찾아가곤 했다"라고 증언했다.


한편 통일부는 올 2월 북한 풍계리 일대에서 원인 모를 질병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핵실험장 인근 8개 시군(길주군, 화대군, 김책시, 명간군, 명천군, 어랑군, 단천시, 백암군) 출신 탈북민 8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검진한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풍계리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미일부의 염색체가 변형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