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 당시 축구협회와 불화 고백한 히딩크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02 한일월드컵을 언급하며 당시 대한축구협회와 갈등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과몰입 인생사'에는 히딩크 전 감독의 인생사가 그려졌다. 인생 텔러로는 이영표가 출연했다.
이날 히딩크 전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배경과 2002년 월드컵 당시 4강 신화를 일굴 수 있었던 훈련 방법 등을 밝혔다.
가장 먼저 한국 축구에서 흔하던 유교적인 특징을 발견했고 이를 바꾸고자 했다. 그는 경기장에서 선후배 관계없이 반말을 쓰게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이영표는 "그때 당시에는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웠다. 아무리 감독님이 하라고 해도 대선배 이름을 반말로 부르기에는 정말 어렵고 어색했다"라고 떠올렸다.
또 히딩크 감독은 기존의 선수 선발 방식을 타파하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했다. 기존에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다 무시하고 공개 오디션을 시작했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 홍명보를 명단에서 제외했고 신예 박지성을 기용하는 등 선수 기용 면에서도 기존과는 다른 파격 행보를 보였다.
선수 선발이 예상과 달라지자 주변에서는 걱정이 쏟아졌다. 평가전 명단 발표를 앞두고 있던 어느 날 협회에서 히딩크 감독에게 추천 선수 명단을 제시하기도 했다.
명단 발표를 앞두고 추천 선수 명단 제시한 축구협회
히딩크 감독은 "솔직히 말하자면 가끔 우리는 서로 간의 불화도 있었다. 기술위원회(축구협회)가 저에게 말하길 '이 사람 어때? 저 사람, 저 사람은?' 이런 식이었는데 우리는 우리만의 명단이 있다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러고 곧 협회와 상의 없이 자신만의 명단을 발표했다고. 이후 히딩크 감독의 권위가 의심받기 시작하는 일이 발생했다.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5대 0으로 패배하고, 체코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5대 0으로 참패했던 것.
패배가 반복되자 히딩크 감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완전히 바뀌었다. 해임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마지막까지 선수들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월드컵 개막이 임박한 당시에도 최종 엔트리를 선정하지 않았다.
이영표는 이와 관련해 "문이 계속 열려 있었기에 모든 선수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지지했다.
이어 "팀이 만들어져서 운영되면 주전과 비주전이 나누어진다. 주전은 나는 주전이라는 매너리즘에 빠지고 비주전 선수는 소외되기 시작한다. 팀에 집중하지 않는 상태가 되면 팀이 망가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 주전 선수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되고 비주전 선수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동기부여를 갖게 만드는 것이 감독의 리더십이다. 이걸 얼마나 길게 끌고 갈 수 있느냐가 명장을 가르는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히딩크 전 감독의 고집은 통했다. 대한민국을 월드컵 4강으로 이끌며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