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구속, 카카오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됐다. 경영 쇄신 작업에 한창이던 카카오에게 치명적인 위기다. 사법리스크가 본격화하면서 경영정상화도 더뎌질 전망이다.
23일 한정석 서울남부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인수를 두고 경쟁하던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막기 위해 SM엔터 시세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카카오는 당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이려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SM엔터의 주가가 치솟으면서 하이브는 결국 인수 절차를 중단했다. 이후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공개매수 등을 통해 SM엔터 지분을 39.87% 취득해 최대 주주가 됐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총 2400억원을 동원해 533회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했다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혐의를 부인하는 중이다. 김 위원장은 구속 전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임시 그룹협의회에서도 "진행 중인 사안이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현재 받고 있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시계 제로'에 빠진 카카오 주가
김 위원장이 사법리스크로 인해 카카오 주가 역시 '시계 제로(視界 Zero,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3만 8850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만 28.45%(5만 4300원→3만 8850원) 하락했다.
종가 기준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 2021년 6월 25일 16만 3000원(종가)과 비교하면 하락률은 77.08%에 달한다.
문제는 김 위원장의 사법리스크가 앞으로도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몰아주기' 혐의로 검찰 조사가 남아있다.
올해 카카오 수장이 된 정신아 대표와 김 위원장은 올해 안에 '카카오다운 AI 서비스' 출시를 공언했지만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형이 확정된다면 김 위원장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다. 금융사 대주주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대주주로 마땅한지 가리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자본시장법 등 금융관련법 등을 위반해서 벌금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최대 주주는 27.17%를 보유한 카카오다. 대표나 임직원이 업무와 관련해 위법행위를 하면 법인도 형사책임을 묻도록 하고 있다.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되면 카카오는 은행법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지분 10%만 남기고 나머지는 17.17%는 매각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최대 주주 자격을 잃게 된다.
증권가의 목표주가 역시 나날이 낮아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카카오의 목표가를 13.6% 낮춘 5만 1000원으로 조정했다. SK증권과 흥국증권 역시 각각 20.5%, 9.5%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