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1일 벌어진 '신림역 묻지마 칼부림 사건'
일 년 전 오늘,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30대 남성이 환한 대낮에 일면식도 없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칼부림을 벌여 4명의 사상자를 낸, 이른바 '신림동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다.
2023년 7월 21일 오후 2시 7분께 조선(34)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역 인근 음식점·주점이 밀집한 일대를 돌아다니며 행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흉기 난동은 약 10분간 이어졌다. 흉기에 찔린 남성 4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사건으로 22세 남성 1명이 숨지고, 30대 남성 3명이 크게 다쳤다.
목격자의 신고로 출동한 서울 관악경찰서는 사건 20여 분 만에 조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조씨는 전과 3범에 소년부 송치 기록도 무려 14건이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범행 당일 인천 자택에서 서울 금천구 할머니 댁에 택시를 타고 이동해 금천구의 한 마트에서 범행에 사용할 흉기를 훔친 후 다시 택시를 타고 신림역으로 향해 일면식 없는 22세 남성을 흉기로 약 18회 찔러 살해한 뒤 30대 남성 3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둘렀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을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조씨가 가족관계 붕괴, 사회생활 부적응, 실연, 경제'적 곤궁 등이 겹쳐 현실에 대한 불만과 좌절이 심한 상태에 이르렀다"며 특히 키 168cm에 무직이었던 조씨가 또래 남성에 대한 열등감이 심했고, 적개심과 분노로 표출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씨는 의도적으로 20~30대 남성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고, 젊은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신림동 먹자골목을 범행 장소로 삼았다.
사실상 가장 역할 하던 22세 남성, 저렴한 집 구하려다 참변
숨진 피해자 A씨의 사촌 형은 "동생의 얼굴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남겨진 칼자국과 상처를 보고 마음이 무너졌다"며 "서울에 있는 꿈 꾸던 대학에 합격한 뒤 학생회장까지 당선된 모범생이었다"라고 토로했다.
피해자 A씨는 지난 2018년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일 당시 수능을 3일 앞두고 어머니가 암 투병 끝에 곁을 먼저 떠나자 외국에서 생활하는 부친을 대신해 빈소를 지키고, 중학생인 남동생을 위로하며 사실상 가장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사촌 형은 "(A씨는) 대학 입학 때부터 과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고, 최근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생을 챙겼다"며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형마저 잃은 고인의 어린 동생은 부모님도 없이 홀로 형을 떠나보냈다"라고 설명했다.
사건 당일 A씨가 신림동에 간 이유도 집값이 저렴한 원룸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찰은 인천에 위치한 조씨의 자택과 서울 금천구 할머니 집을 수색했으며, 휴대전화 1개와 범행 전날 조씨가 망치로 파손한 컴퓨터를 증거물로 확보했다.
조씨의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포렌식 해 인터넷 검색 기록을 분석한 결과, 범행 전 조씨는 살해 방법과 급소, 사람 죽이는 칼 종류, '홍콩 묻지마 살인', '정신병원 강제입원', '정신병원 탈출' 등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 결과, 조씨는 29점으로 '높음' 수준을 받았다. PCL-R 검사는 총 40점 만점으로, 국내에서는 25점 이상일 때 사이코패스로 간주한다.
또한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척도(KORAS-G)도 19점으로 '고위험' 수준으로 나타났다.
1심에서 검찰은 살인, 살인미수, 절도, 사기, 모욕 혐의로 기소된 조선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에서도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무기징역형을 유지했고 검찰과 조선 모두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