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안락사 캡슐, 비용은 2만 8천원
스위스에서 버튼만 누르면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 캡슐'이 조만간 처음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7일(현지 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안락사 비영리 단체 '더 라스트 리조트'(The Last Resort)는 수개월 내에 스위스에서 조력사 캡슐 '사르코'(Sarco)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력사는 의료진 등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사망하는 것이다.
스위스에서는 연명 치료 중단을 뜻하는 존엄사를 포함해, 불치병 환자에게 약물을 투입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의사 조력사를 허용하고 있다.
산소 부족으로 사망...버튼 누르면 돌이킬 수 없어
지난 2019년 처음 공개된 사르코는 캡슐 내부에 산소를 질소로 바꿔 산소 부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용자가 기계 안에 들어가 버튼만 누르면 순간적으로 질소 농도가 짙어지면서 수 초 만에 죽음에 이르게 된다.
사르코를 발명한 필립 니슈케 박사는 "버튼을 누르면 30초 안에 공기 중 산소량이 21%에서 0.05%로 급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낮은 수준의 산소를 두 번 호흡하면 의식을 잃기 전 방향 감각을 잃고 조정력이 떨어지면서 약간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후 사망하기 전 약 5분 동안 무의식 상태에 머문다"고 설명했다.
다만 버튼을 누른 다음에는 죽음을 돌이킬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슈케 박사는 "일단 버튼을 누르면 되돌릴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르코를 이용하는 비용은 20달러(약 2만 8000원)에 불과하다. 기존의 안락사에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됐던 것에 비하면 크게 낮아졌다. 캡슐을 재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편 사르코를 통해 죽음을 원하는 사람은 먼저 의사에게 정신 능력 등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후 캡슐에 들어가 뚜껑을 닫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버튼을 누르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이어 캡슐에서 "죽고 싶으면 이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음성이 들린다.
'더 라스트 리조트' 대표 플로리안 윌렛은 "실제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르코 사용을 요청하고 있어 곧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원한 잠에 빠질 때까지 산소 없는 공기를 호흡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죽음에 이르는) 방법은 상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락사 캡슐 '사르코'의 사용을 두고 스위스 일부 주들은 금지를, 다른 주에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르코의 첫 사용자 등 세부 사항은 조력사 시행이 실행될 때까지 공개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