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살인 범행' 드러난 A씨...'시민 제보' 덕분에 잡아
16년 전, 경기 시흥시 정왕동의 한 슈퍼마켓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도주했다가 붙잡혀 범행을 자백한 A(49)씨. 그가 직접 입을 열고 '얼마'를 훔쳤고 '어디에' 썼는지 자백했다.
지난 18일 경기 시흥경찰서는 강도살인혐의로 구속된 A씨를 검거하게 된 경위에 대해 브리핑했다. 경찰은 "수배전단을 본 한 시민이 지난 2월 담당 형사에게 '전단에 나오는 사람이 맞는 것 같다'라고 신고했다"라고 밝혔다.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전담팀을 편성했고 이후 재수사를 거쳐 지난 14일 검거에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다른 서의 경찰들은 알 수 없을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됐다.
A씨는 2008년 12월 9일 오전 4시께 시흥시 정왕동의 한 슈퍼마켓에 침입해 점주 B(당시 40대) 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범행을 저지르기 이틀 전 새벽, A씨는 담배를 구입하려고 해당 슈퍼를 방문했지만 피해자인 점주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것을 봤다. 마침 금고에 현금이 보관돼 있던 점을 보고 돈을 훔쳐야겠다고 결심했다.
훔친 돈은 고작 3~4만원...그 마저도 피 묻어 버려
범행 당일 A씨는 흉기를 챙기고 슈퍼를 방문했다. 직접 금고를 열어 현금을 훔치려 했지만 점주가 잠에서 깨어나 저항해 오자 흉기를 휘둘러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당시 훔친 돈은 3~4만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지폐에 피가 묻어 있어 도주하던 중 버린 것으로 파악됐다. 즉 몇 만원도 되지 않는 돈 때문에 사람을 살해했고, 훔친 돈도 그냥 의미 없게 버린 것이다.
주거지로 돌아온 A씨는 즉각 옷을 갈아입은 뒤 대전과 진주를 거쳐 경남 마산 본가로 도망쳤다. 흉기는 이동 중에 고속도로에 버렸으며, 옷가지는 진주의 쓰레기통에 버렸다. 치밀하게 움직인 그는 폐쇄회로(CC)TV 카메라를 통해 얼굴과 인상착의를 파악한 경찰의 포위망을 쉽게 벗어났다.
그는 이후 쭈욱 경남 지역에서 생활했다. 경찰은 범행 당시 검거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 "직접 증거가 없어 탐문조사를 했으나 용의자가 시흥에 잠시만 거주했던 탓에 포착되지 않았던 듯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사건 현장의 CCTV와 A씨의 연도별 사진을 확보한 뒤 영상분석 전문업체에 의뢰해 두 사람이 동일인일 가능성을 점검했다. 이후 92% 이상이라는 결과를 전달받았다. 이어 A씨의 금융거래 및 통화내역을 분석하고 특정해 지난 14일 오후 7시 53분 경남의 주거지 앞에서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A씨가 2008년 강도살인 범행 이후에도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지른 정황을 파악했으며 지난 16년간의 행적과 여죄에 대해서도 확인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