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6일(목)

"서빙부터 자른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직원 대신 테이블오더 쓰는 사장님들

인사이트서울 종로 먹자골목 / 뉴스1


"주변 사장님들 보면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보다 테이블오더 쓰는 게 금액적으로도 훨씬 이득이라고 하더라고요. 점점 힘들어져서 (서빙직원을 줄이고 대신) 테이블오더를 써야 하나 고민이에요." (주점 사장 A 씨)


"주휴수당도 부담스럽고 정말 바쁜 시간에만 아르바이트를 쓰려니 잘 구해지지도 않아요. 경기도 안 좋고 인건비는 비싸고.... 테이블오더가 답인가 싶어요." (음식점 사장 B 씨)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부담에 채용보다는 테이블오더와 같은 시스템 서비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근로자들의 실질임금 상승을 위한 최저임금 결정이 오히려 인력을 줄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직원 해고까지 고려...영세 소상공인 "인건비 한계"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특히 큰 영향을 받는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은 가중되는 인건비 부담에 직원 채용을 꺼리거나 직원 수 자체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위원가 2025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1만 30원으로 의결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섰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자영업자 대상 최저임금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8%는 '현재도 고용 여력이 없다'고 답했다. 최저임금이 1~3% 오르면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할 것이란 응답도 9.8%에 달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생계를 위해 잠시 동안이라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려는 취약 근로자들과 취약 소상공인들이 공존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 모 씨(여)는 "지금도 인건비가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자영업자들 모두 영업 자체를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더라도 직원 관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에 차라리 테이블오더나 로봇을 알아보는 업주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티오더의 테이블 오더 시스템 / 뉴스1 


◇"차라리 기계를"...테이블오더의 슬픈 호황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역설적으로 테이블오더 시장은 호황을 맞았다.


업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는 티오더다. 지난달 티오더를 통한 월 결제액은 4500억 원을 넘어섰다. 월 평균 티오더 태블릿 판매량은 1만 대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누적 판매량은 20만 대를 넘겼다. 지난달에는 누적 주문 건수 3억 건을 달성하기도 했다.


티오더 측은 테이블오더를 도입하면 인건비를 180만 원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도 월급 기준 최저임금은 209만 6270원인데 비해 15개의 테이블이 있는 식당으로 가정 시 티오더 소요 비용은 27만 원 정도다. 


티오더는 하드웨어(기기)를 포함해 1대당 월 1만 8000원의 비용을 받고 있다.


주문 누락 실수 등이 줄어 매출 손실이 4.8% 감소하고 태블릿 노출로 추가 주문이 늘면서 평균 매출도 증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정부도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스마트·디지털 기술 및 기기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종합대책에도 담긴 내용으로 키오스크, 서빙로봇 등 기술을 보급하는 것이 골자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소상공인 종합대책 집행 현장 긴급 점검 자리에서 "키오스크나 서빙로봇 등 테크 지원을 받아 인건비 자체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대책에) 들어갔다"며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인건비 부담을 고차원적으로 푸는 방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약 1년간 테이블오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음식점 사장 김현주 씨(여)는 "현재 한 달 사용료, 전기료 부담만 조금 있는 상황"이라며 "직원 한 사람 정도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테이블오더 수요는 티오더의 실적으로도 드러난다. 티오더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587억 원으로 전년(330억 원) 대비 77% 증가했다.


테이블오더 업계에서는 티오더가 60%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하이오더, 메뉴잇, 페이히어 등 업체를 비롯해 중소업체들도 다수 생겨나며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결정 이후 설치 문의가 늘고 홈페이지 방문자 수 등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새로운 테이블오더 업체들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뉴스1) 김형준 기자 ·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