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사퇴를 촉구한 지도자협회
대한축구협회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것을 두고 한국축구지도자협회(이하 지도자협회)가 분노했다.
12일 지도자협회는 "우리는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발표가 지난 5개월간의 무능과 반복되던 시행착오를 종결짓는 매듭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러나 이는 더 심한 혼돈과 또 다른 기만의 서막이 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이사가 정몽규 회장이 아닌 부회장에게만 보고한 뒤 홍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무엇인가 숨겨야 할 일이 없다면 모든 권한과 책임을 준 회장에게 과정과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상식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의 말대로 회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중차대한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하고 기자회견까지 했다면 월권이다. 반면 회장이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감독 선임 문제를 보고도 받지 않고 기술위원장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하게 했다면 그런 회장은 있으나 마나 하여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정 회장을 비판했다.
지도자협회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정 회장에게 축구인 들러리로 활용하지 말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정 회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대한축구협회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합리적 결정을 해야 할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과 결과가 세계적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이번 대표팀 감독 선임과 발표 과정은 역대 감독 발표와 비교했을 때 모든 것이 이상하고 비정상적이었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축구협회가 '보안'이라는 이유로 모든 규정과 절차적 시스템을 내팽개쳤다는 주장이다. 지도자협회는 "축구협회는 스스로 규정과 절차를 어기는 이런 졸속행정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와 지도자에게는 규정과 규칙을 준수하라며 휘슬을 불 수 있는 권위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역대 가장 무능하고 무책임한 축구협회"
지도자협회는 2013년 정몽규 회장 취임 이후 국가대표 감독 선임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변경한 것 역시 비정상 적이라고 했다. 기술 위원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전력강화위원회 다시 기술위원회로 바꾼 것이 정 회장이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협회를 운영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는 주장이다.
또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 중 전력강화위원회 11명 중 절반 이상이 빠져 5명 만이 남았음에도 위원장을 다시 선임하지 않고 해당 위원회가 이 일을 매듭짓도록 하지 않은 것을 꼬집기도 했다.
지도자협회는 "정 회장은 지난 5일 '절차적 정당성보다 감독에게 필요한 덕목이 중요하다'고 했다. 상식적인 국민과 많은 축구인들은 이 말에 귀를 의심했다"며 "작금의 한국 축구가 겪고 있는 숱한 위기와 혼돈이 축구협회 회장의 이런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걸 우리 축구인들은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됐다"면서 축구협회를 향해 3가지 질문을 던졌다.
'외국인 감독 면접 결과를 선임 과정에서 누구와 공유하고 결과에 어떻게 반영하였는가', '모두에게 공평해야 할 면접 기준이 특정 후보 앞에서만 왜 갑자기 주관적이고 자의적 해석으로 바뀌어야 했는가', '지도자들에게는 축구협회 행정의 절차적 정당성이야말로 그나마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의 사다리인데 정 회장은 여전히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지도자협회는 박주호의 내부 고발에 대해서는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축구협회의 무능한 행태를 비판한 특정 축구인에게 '법적 대응'하겠다고 한 대한축구협회에 실망스러움을 넘어 분노를 표한다"며 "이번 사태는 대한축구협회가 평소 축구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조그마한 비판도 들으려 하지 않고 견디지 못하는 협회는 발전하지 못한다"고 분노했다.
법적 대응을 운운하는 일이 다시 재발할 경우 좌시하지 않고 모든 축구지도자와 축구인들이 함께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끝으로 "많은 축구인들이 개탄한다. 역대 이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한 축구협회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이런 총체적 난국을 조장하고 더 큰 혼란만 가중시키는 책임이 전적으로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에게 있음을 명백히 밝힌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이 모든 과정과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즉각 회장직에서 사퇴하길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후임으로 지난 8일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독 선임 후폭풍이 거세다. 선임 과정에 대한 축구팬들의 실망감이 터져 나오면서 축구계 전반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최고결정권자인 정몽규 회장은 계속 침묵을 이어가고 있어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