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후보 박남규 교수, 연구 예산과 정년 언급
노벨화학상 후보로 꼽히는 한국의 과학자가 연구 예산과 정년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올해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은 지난 2003년 제정된 이래 현택환 서울대 교수,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고문 등 46명이 수상한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권위의 상이다.
이번에 상을 받은 박남규 교수는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태양전지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로 평가받는다.
박 교수는 2012년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해 상용화 발판을 마련했다. 이 연구를 기반으로 성균관대, 한국화학연구원, 울산과학기술원, 고려대 등 국내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효율 향상을 주도했다.
태양전지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박 교수의 논문은 발표 직후 8300번(올해 4월 기준) 인용됐다. '노벨상 족집게'로 통하는 글로벌 조사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는 7년 연속 박 교수를 세계 상위 1% 연구자로 선정했다.
박 교수는 이후에도 후속 연구에 매진해 거의 매년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하지만 올해 불어닥친 연구 예산 삭감은 노벨상 후보 과학자도 피해 갈 수 없었다.
박 교수는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제가 연구재단에 한 번 전화해서 "저희 몇 % 삭감이 됐습니다" 하니까 '축하드립니다' 이러더라. 보니까 다른 데는 많이 삭감됐는데 여기는 덜 삭감됐다고"라고 했다.
"과학자에게 죽을 때가지 한번 해보라며 기회 줬으면 한다"
페로브스카이트 한 우물만 파온 박 교수는 더 우수한 '플랫폼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현재 그는 1960년생으로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 미국, 유럽 등의 석학이 70, 80세까지 연구를 계속하면서 노벨상을 받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정년인 65세를 넘기면 더 이상 연구를 지속하기 힘들다.
박 교수는 정년에 얽매어 역량 있는 과학자들이 연구 현장을 떠나는 점을 우려했다.
올해 64세인 박 교수는 석좌교수 제도를 통해 70세까지 연구할 수 있지만 함께 연구하는 다른 과학자들은 65세 정년이 되면 연구 현장을 떠나야 한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우수 석학 대상으로 정년 없는 가정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대학마다 제한적으로 시행해 본 뒤 '70~80세까지 연구할 기회를 줬더니 효과가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면 점차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며 "과학자에게 죽을 때까지 한번 해보라며 파격적인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했다.
또 박 교수는 기후 위기에 맞닥뜨린 인류를 위해 과학기술자들이 좀 더 노력해달라는 취지에서 나라가 상을 준 거라 생각한다며, 후배 과학자들이 현재 회자되는 기술이 아니라 10년, 20년 뒤에 나타날 기술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