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늘 먼저 다가갔던 기증자 박준영씨
아프리카 어린이를 10여 년간 후원해 오던 40대 남성이 뇌사 장기 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2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뇌사 상태에 있던 박준영(47)씨가 지난달 5일 고대구로병원에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밝혔다.
지난 5월 6일 사무실에서 일하던 박씨는 몸에 이상함을 느끼고 119에 신고 전화를 했으나 이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에 의해 응급실로 이송된 박씨는 곧바로 치료를 받아봤으나 뇌사 상태에 빠졌다.
박씨의 가족들은 박씨가 의식을 회복하길 간절히 바래왔지만 깨어날 확률이 희박한 뇌사상태의 박씨를 보며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갑작스럽게 가족의 곁을 떠난 박씨지만, 그의 신체 일부분이라도 어디선가 살아 숨 쉬면 박씨가 여전히 함께하는 듯한 기분이 들 것 같다는 뜻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서울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박씨는 평소 유쾌하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로, 정밀판금 가공 관련 엔지니어로 공장을 운영해 왔다.
무엇보다 평소 어렵고 힘든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도움의 손길을 건네온 박씨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10년 넘게 후원을 이어온 마음씨 따뜻한 사람이었다.
박씨의 여동생 희경씨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 오빠, 내 몸 어딘가 한쪽은 항상 아릴 것 같아. 너무 그립고 보고 싶을 것 같아. 그래도 난 씩씩하게 오빠처럼 든든한 자식 노릇 잘할게. 그러니 하늘나라에서도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 오빠 사랑해"라며 박씨에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