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횡령한 우리은행 직원...회사가 알기 전 '자수'한 정황
2년 전 700억 사건 터진 뒤 '내부 시스템 강화' 했지만 무용지물
금감원, 추가 횡령 여부 조사 중...이복현 "엄정하게 책임 묻겠다"
"제가 100억원을 횡령했거든요? 그거 자수할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은행에 돈을 예금하고 있는 모든 이들을 충격받게 한 '우리은행 100억 횡령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 A씨가 경찰에 자수할 때 했다는 말이다.
100억 횡령도 충격인데, 우리은행 본사와 A씨가 근무하던 지점이 '100억 횡령 사건'을 사전에 포착해 잡아내지 못했다는 점에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매일경제는 지난 10일 경남 김해 경찰서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보도했다. A씨(30대·남)는 자신이 직접 경찰서에 출석해 100억원 횡령을 자수했다.
우리은행을 비롯 은행권에서 거액의 횡령 사고는 가끔 발생하지만, 은행 내부망에 포착된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경찰서를 찾아 자수하는 일은 드물다.
당초 우리은행 측은 지난 5월 초부터 여신감리부 모니터링을 통해 대출 과정에서의 이상 징후를 포착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압박을 느낀 직원이 자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직원이 자수한 날 금융감독원에 금융사고 신고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SBS 보도에 따르면 금감원이 파악한 내용은 이와 달랐다. 은행 측은 대출 관련 이상함만 감지했을 뿐 '횡령'을 눈치채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매체에 "자수 전까지 은행이 횡령을 적발하진 못했다"라고 말했다.
사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 금감원은 오늘(21일)부터 우리은행 현장 검사 인력을 기존 6명에서 9명으로 늘렸다. 횡령이 100억원에서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2022년, 우리은행은 700억원 규모의 금액을 횡령 사건으로 곤욕을 겪은 바 있다. 사건을 터뜨린 직원이 13개월 무단결근을 했음에도 제때 파악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 뒤 대대적인 내부통제 강화안을 내놓았지만 100억 횡령 사건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실패했다. 내부 통제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와중에 조선비즈는 "횡령한 A씨가 인감증명서 여분을 요청해 허위 대출을 받았다"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A씨의 또 다른 횡령이 있을 가능성을 금감원이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횡령 사건이 더욱 커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A씨 외에 또 다른 직원이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측은 인사이트에 "가정적인 상황을 전제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현재 금감원은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살피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우리은행 100억원 횡령과 관련해) 영업점뿐 아니라 본점 단계에서의 실태도 점검하고 있다"라며 "감독규정상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본점·지점의 책임을 최대한 엄정하게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리은행이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초 우리은행은 700억원 횡령 사고에 대해 '기관경고'를 받았다. 이번에도 최소 '기관경고'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최대 '업무 일부정지'가 적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