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7일(금)

'돈'과 '명품' 자랑하는 공간이 된 SNS


 

소가죽은 1천만원을 호가하고 악어가죽이면 외제차 한 대 값이라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색깔별로 갖춰 늘어놓고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 '인증샷'을 찍어 올린다.

 

한 끼에 한 사람당 10만원 선을 훌쩍 넘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철마다 해외 고급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긴다. 이렇게 남기는 사진들은 연예인 화보 부럽지 않다.

 

이런 초호화 생활이 드라마 속 주인공이나 손에 닿을 수 없는 스타들의 삶이라면 그러려니 하겠다. 그런데 나와 '이웃'을 맺은 블로거의 모습이라면 어떨까. 지금 SNS에는 평범한 내 이웃들의 '평범하지 않은 삶'이 생중계되고 있다.

 

17일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2010년 1월 1일부터 2016년 1월 12일까지 블로그(7억4천960만8천565건)·트위터(81억1천1만8천239건)·인스타그램(12만230건)을 분석해 '파워 블로거'를 들여다봤다.

 

파워 블로거는 SNS상에서 친구나 이웃 관계를 수천명 이상과 맺고 있고 고정 독자층이 있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들을 말한다. 포스팅 주제는 맛집·육아 등 일상생활부터 전문 지식까지 다양하다.

 

◇ 가방·옷·샤넬…연예인 못지않은 '럭셔리 블로거'

 

via 루이비통 공식 홈페이지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블로그'나 '포스팅'에 대한 언급은 2011년 745만7천568건에서 2015년 1천429만6천310건으로 두 배 가까이로 뛰었다.

 

'파워 블로거' 역시 2011∼2015년 사이 매년 평균 7만여건 언급돼 꾸준한 관심을 받았다.

 

블로거들의 포스팅 중 언급량 1위에 오른 것은 '맛집'(18만3천898건)이었다. 이어 '여행'(8만8천120건), '일상'(7만3천830건), '패션'(7만624건), '뷰티'(7만18건) 등이 뒤를 이었다.

 

블로거 중에서도 소위 '럭셔리 블로거'는 화려한 일상을 공개해 젊은층으로부터 연예인 부럽지 않은 관심을 누린다. 연관어는 소비에 주로 집중 됐는데 '가방'(5만4천680건), '옷'(4만7천417건), '샤넬'(3만3천17건) 등 순으로 언급량이 많았다.

 

◇ '뽀샵' 몸매와 성형…'#허세' 가득 인스타그램

 

맛집이나 여행 정보를 공유하고 호화스러운 일상을 공개해 유명 블로거가 됐다고 해도, 이들을 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유명 블로거' 또는 '파워 블로거' 연관어로는 2011∼2015년 '포토샵'(24만6천937건)이 1위로 꼽혔다. 사진 속 긴 다리와 날씬한 몸매의 비밀이 포토샵에 있다는 것은 누리꾼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어 '성형'(1만96건), '허세'(8천743건) 등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허세'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특정단어)를 통해서도 나타났다.

 

'허세'와 함께 등장한 해시태그를 분석해보니 '허세샷'이 1만2천446회 언급돼 가장 많았다. 이어 '일상'(7만5천88회), '셀스타그램'(인스타그램에 올린 셀카), '맞팔'(5천430회), '소통'(3천896회) 등 순이었다. '샤넬'(928회), '에르메스'(400회) 등 특정 명품브랜드도 단골 주제였다.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모습을 사진 찍어 올리고 이웃들과 소통을 하는 일련의 행위들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 관음증 넘쳐나는 세상엔 상대적 박탈감만

 

 

과거에는 드라마를 통해서나 접하던 상류층의 삶을 SNS를 통해 쉽게 엿볼 수 있게 됐다. SNS에 올라온 블로거들에 대한 감성어는 '좋다'(6만6천891회), '멋지다'(2만8천349회), '예쁘다'(1만1천783회) 등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민'(1만6천478회), '나쁜'(1만1천265회), '무개념'(4천951회), '스트레스'(4천759회) 등 부정 감성어도 다수 보였다.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의 속성이 질투심과 시기심을 유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인기 블로거들이 인스타그램 등에 항상 자신이 자랑할만한 것만 보여주면서 '저 사람과 내가 별 차이 없는데 나는 왜 못할까'라는 질투심을 들게 만든다"며 "일반인들도 프라이버시를 팔아 명성을 얻도록 하는 게 1인 미디어의 속성"이라고 말했다.

 

남의 삶을 들여다보는 관음증이 넘쳐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쉽게 느끼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학교 전임교수는 "젊은 층의 욕망은 예전보다 훨씬 복잡다단해졌는데 남과의 비교가 쉬워지면서 평범한 자신의 삶을 '초라하다'고 여기는 이들도 많아졌다"며 "'저 사람처럼 입고, 먹고, 소비하고 싶다'는 욕망은 가득한데 막상 '누구처럼 살고 싶다'는 롤모델은 없는 게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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