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8일(월)

"껌 씹으며 읽던 만화책 기억하시나요?"...롯데 풍선껌에 만화책 넣은 작가, 35년 만에 은퇴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3~500원에 껌과 만화책을 살 수 있던 시절이 있다. 


1990년대생이라면 한 번쯤 봤을 롯데껌의 대표 상품인 '만화 풍선'. 해당 제품은 껌과 한 개와 같은 크기의 만화책이 부록으로 함께 포장되어 있다.


500원에 껌 한 개도 사기 힘든 요즘, 알파 세대들이 들으면 흠칫 놀랄 이야기다.


다른 제품보다 껌이 1개 적지만 껌마다 다른 만화책을 볼 수 있다는 궁금증에 당시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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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친구들이 돈을 모아 껌은 나눠 씹으며 만화책을 돌려 읽곤 하는 모습이 종종 슈퍼마켓 앞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요즘 알파 세대들은 스마트폰, 컴퓨터, 패드 등 전자 기기가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만화책만큼 무료함을 달래기 좋은 도구는 없었다. 


이에 '만화 풍선'은 그 시절 대한민국 어린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사봤을 정도로 사랑받았다.


'껌 만화', '껌 종이 만화'라고도 불린 작은 만화책에는 이솝우화나 전래동화 같은 교훈적 이야기가 담겼다. 맨 뒷장에는 늘 독자드를 향한 '어린이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인사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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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만화'를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당시 롯데제과(현 롯데 웰푸드) 도안과 디자이너였던 안성근 씨다. 그는 1989년 롯데제과 도안과로 입사해 롯데껌의 대표 제품 '쥬시후레쉬', '스피아민트', '이브' 등의 디자인을 맡았다.


다른 제품들과 달리 껌은 작은 상품에 디자인해야 했기 때문에 '고난도'로 꼽혔다.


그러던 중 그가 생각해 낸 것이 '만화 풍선'이었다. 어린이들에게 밝은 꿈을 심어주기 위해 만화에 전래동화와 이솝우화 등 교훈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담게 됐다고 한다.


안 씨는 제작 업체와 스토리 작가 등과 함께 1년에 40부에 달하는 만화를 만들었다. 덕분에 껌을 사는 어린이들은 껌마다 다른 다양한 만화를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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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풍선'을 만들어낸 안 씨는 롯데제과에서 35년간 일한 뒤 지난해 연말 퇴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이젠 누군가의 엄마·아빠가 되셨을 텐데, 그때 그 시절 '껌 만화'의 독자였던 어린이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혀 뭉클함을 자아냈다.


'만화 풍선'은 아쉽게도 판매가 중단돼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이에 '어르신'들만 기억하는 추억의 간식 정도로 취급을 받고 있는 씁쓸한 상황이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껌 만화'를 돌려 읽던 세대들은 "그립다", "지금이라도 재출시 해달라", "껌도 맛있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