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기온이 39도에 달하는데도 땀을 흘리며 카트를 미는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나이는 올해 90세. 편하게 노후를 즐겨야 할 나이에 할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동네 슈퍼마켓에서 쇼핑 카트를 밀고 있다.
카트 여러 개가 겹쳐져 무거울 법한데도 할아버지는 늘 웃으며 일을 한다.
이런 할아버지의 모습에 전국 각지에서는 기부금이 모여들었다. 할아버지에게 은퇴를 선물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The New York Post)는 저널리스트 카렌 스웬슨 론키요(Karen Swensen Ronquillo)와 뉴올리언스의 윈딕시(Winn Dixie) 매장에서 일하는 딜런 매코믹(Dillon McCormick, 90)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전했다.
전직 루이지애나 지역 방송 뉴스 앵커였던 론키요는 미국 메모리얼데이(현충일)이었던 지난달 27일 90℉(32.2℃)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일하는 매코믹 할아버지를 만났다.
체감기온 39℃에 달하는 폭염에 무거운 카트를 미는 매코믹의 모습을 보고 믿을 수 없었던 론키요는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눴다.
매코믹 할아버지는 미 공군 베테랑이었다. 할아버지는 왜 이곳에서 일을 하냐는 론키요의 물음에 "먹고 살기 위해 일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생활비로 한 달에 대략 2,500달러(한화 약 345만 원) 정도가 필요하지만, 사회보장 수당으로 겨우 1,100달러(한화 약 152만 원)를 받기 때문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뜨거운 더위 속에서도 일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할아버지는 운전을 하지 않기 때문에 무려 1마일(약 1.6km) 이상을 걸어서 출근하기도 한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90세 나이에도 은퇴하지 못하고 힘겹게 일을 하는 매코믹 할아버지의 모습이 안타까웠던 론키요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미 공군 베테랑 딜런 매코믹 할아버지가 90세에 은퇴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Help U.S. Air Force Veteran DILLON MCCORMICK retire at 90!!!)'라는 기부 페이지를 열었다.
론키요는 "매코믹 할아버지는 한 번에 스무 개가 넘는 카트를 쌓고 또 쌓으며 미로처럼 주차된 자동차 사이를 지나간다"며 "다른 사람들이 그를 돕는 모습을 지켜보며 내가 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부 페이지에는 수천 명 이상의 기부자들이 참여했다.
지난주 초 시작된 기부는 24시간 만에 22만 달러(한화 약 3억 원)가 모였고 지난달 29일, 24만 4,471달러(한화 약 3억 3,715만 원)가 모였다.
이날 론키요는 "매코믹 할아버지에 대한 기금에 기부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우리는 24시간 만에 22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이는 할아버지가 은퇴하는 데 충분하다. 만약 할아버지가 계속 일하기로 한다면 그건 그의 선택일 것이다. 90세의 베테랑인 할아버지는 더 이상 식탁에 음식을 올리기 위해 쇼핑 카트를 밀지 않아도 된다. 대신 우버를 이용하거나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이제 편안하고 안전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에게는 참으로 즐거운 날이 기다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여러분 모두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그리고 우리의 참전 군인들에게도 신의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론키요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낯선 사람들의 관대함에 깜짝 놀랐다"라고 밝혔다.
매코믹 할아버지 또한 론키요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개된 영상을 통해 엄청난 기부금이 모인 것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할아버지는 "정말 대단한 일이라 생각한다. 제 나이에 기적 같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메일 주소조차 없는 할아버지에게 기부 페이지는 낯설었기에 기부금이 모였다는 소식에 회의적이었고 기부금을 받기 위해 재정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경계했다고 한다.
이에 론키요는 보안관을 대동해 할아버지에게 사기가 아님을 알렸다고.
론키요는 "며칠 안에 할아버지에게 기부금이 전달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매코믹 할아버지의 소식에 누리꾼들은 "이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 "지금이라도 은퇴할 수 있어 다행이다",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을까", "론키요는 그의 은인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들은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은 "평균 수명이 늘었음에도 사회보장 혜택이 축소되면서 은퇴 연령이 올라가고 있는 미국의 가혹한 경제 현실을 반영하는 사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