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인제에 자리한 한 육군 부대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이 '얼차려'를 받는 중 쓰러져 이틀 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규정위반'이 두 가지 이상 확인된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해당 얼차려를 지시한 간부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글이 확산하고 있다.
건장한 특급전사조차 소화가 어려운 '완전군장+달리기+팔굽혀펴기'를 입소 한 달도 되지 않은 훈련병에게 지시한 뒤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사실상 '고문치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밤 11시 43분께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OO사단(OO) 갤러리'에는 "OO사단 훈련병 사망, 여중대장의 가혹행위에 의한 살인"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업로드 뒤 빠르게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SNS를 통해 확산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이거 뒤져보니까 여중대장 맞고, 그는 평소 다른 기수 훈련병도 2시간씩 군장 돌리고 했었다고 한다"라고 주장했다.
유튜브 한 기사에도 이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 B씨는 "이거 중대장 여군이다. OO학번 ROTC 여군이다"라고 구체적인 정보까지 나열했다. B씨는 여중대장이라고 못 박은 해당 사건 관련 중대장이 몇년도에 임관했는지까지 특정했다.
규정에 어긋난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누리꾼들은 격분했다. 얼차려를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중대장의 신상을 벌써 찾아냈다. 페이스북은 물론 출신 대학과 사진까지 찾아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확산과 신상찾기 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애꿎게 사건과 관련 없는 장교가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또한 중대장의 성별은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중대장이 여군이라고 해서 일선 부대에서 활약 중인 여군들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현재 해당 중대장이 몇 중대장인지, 평소 어떻게 복무했는지를 담은 사진까지 퍼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육군 측은 인사이트에 "훈련병 사망은 현재 조사 중에 있는 사건이라 언급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중대장의 성별이 여군이냐는 물음에는 "개인정보라 육군이 직접 그 정보를 공식화해줄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향후 조사가 완료된 뒤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사안들은 모두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육군에 따르면 지난 23일 강원 인제군의 한 부대 신병훈련소에서 훈련병 1명이 군기훈련 중 쓰러졌다.
훈련병은 민간 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악화돼 지난 25일 사망했다. 육군은 훈련병의 사망을 하루가 지난 어제(26일) 공개했다.
군인권센터가 제보받은 내용에 따르면 얼차려는 사건 전날(22일) 밤, 훈련병 6명이 떠들었다는 이유로 행해졌다.
또 당시 훈련 도중 한 훈련병의 안색이 좋지 않고, 몸 상태도 군기훈련을 받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것을 확인한 다른 훈련병들은 현장을 통솔하던 간부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간부는 해당 훈련병에 대한 조처를 하지 않은 채 군기훈련을 강행했고, 얼마 뒤 쓰러진 훈련병은 끝내 사망했다는 게 군인권센터의 제보 내용이다.
육군 규정에 따르면 완전군장을 한 채로 보행은 1회당 1km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KBS는 이날은 1.5km 이상 행해졌다고 전했다.
또 완전군장 상태에서는 구보(뜀걸음)이 엄격히 금지되지만, 뜀걸음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팔굽혀펴기는 완전군장을 해체한 상태에서만 최대 20회 지시할 수 있지만 완전군장 상태에서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