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전삼노 노조원들이 '노조탄압 중단하라', '노동존중 실천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대규모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는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 대규모 단체행동이다. 노조 측은 이날 2000여 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전삼노 소속 노조원들은 이날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의 "소리 질러" 구호에 맞춰 소리를 크게 질렀고, 흥겹게 몸을 흔들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며 "정 부회장이 직접 노조와 교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초사옥은 정 부회장이 총괄하는 삼성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손 위원장은 "경쟁사인 LG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한다"며 "직원들의 노력으로 영업이익을 많이 냈으면 그만큼 직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노조 집회를 두고 일각에서 우려됐던 과격 시위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집회를 두고 내부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삼성전자 한 직원은 직장인들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 "이번 집회에 연예인을 부른 것은 패착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진짜 용기 내서 투쟁하러 오는 사람들보다 공짜 공연 보러 모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고 회사나 외부에서도 그렇게 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인원 감축 얘기도 나오는 것 같은데 노조는 월 3억씩 조합비를 받아서 파티하는 귀족노조 프레임이 잡힐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임직원 내부에서도 "가수 부르라고 조합원들이 조합비를 낸 줄 아나, 바뀌는 게 없다", "HBM(고대역폭메모리) 후발주자로 회사는 초비상인데 노조는 딴 나라 사람들 같다" 등의 반발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최근 삼성 노조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다.
AI(인공지능) 반도체의 핵심으로 꼽히는 HBM 주도권을 SK하이닉스 등에 뺏긴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까지 불거지며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정기 인사철이 아닌데도 이례적으로 DS부문장까지 교체하며 AI 반도체 위기 극복을 위해 전사 역량을 결집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