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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아내 만들어 '팬티' 미끼로 쓴 '추적단 불꽃'...서울대 N번방 잡았다

이번 사건을 다룬 '나 잡으려고 텔레그램 가입했어?'라는 전자책에 피해자들을 괴롭힌 '김T'를 검거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겼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서울대 n번방'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61명, 이 중 12명은 서울대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수사기관에서 4차례에 걸쳐 수사를 펼쳤음에도 범인이 잡히지 않던 범죄였다. 


이들을 끝까지 추적하고,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건 활동단체 '추적단 불꽃' 소속 원은지 씨다. 추적단 불꽃은 과거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알린 단체이기도 하다. 


지난 21일 원씨는 이번 사건을 다룬 '나 잡으려고 텔레그램 가입했어?'라는 전자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지난 2년 동안 교묘하게 숨어 피해자들을 괴롭힌 '김T'를 검거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겼다. 


인사이트전자책 '나 잡으려고 텔레그램 가입했어?'


앞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서울대를 졸업한 40대 남성 A씨와 30대 남성 B씨를 각각 4월 11일 5월 116일 성폭력처벌법상 허위 영상물 편집·반포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서울대 출신 여성 12명을 비롯해 61명의 지인 여성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19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n번방 사건을 추적하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는 원씨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로부터 도움 요청을 받고 이른바 '서울대 n번방'에 잠입했다. 


책에 따르면 이 방에서 가해자는 'RT'와 '김T'라는 2개의 계정을 가지고 있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자신의 합성사진이 텔레그램에서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은 피해자들이 텔레그램에 가임하자 김T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합성한 음란물 사진을 보내며 "나 잡으려고 텔레그램 가입했어?"라며 조롱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수사 기관에서는 김T가 누구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원씨는 김T가 누구인지 밝혀내기 위해 2년 동안 김T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으나 김T는 경찰과 대화한 후 원씨를 차단하는 용의주도한 행동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결국 자신의 '욕망' 때문에 꼬리가 밟혔다. 원씨는 그와 대화하기 위해 '미모의 서울대 출신 아내와 결혼한 30대 남성'으로 자신을 꾸몄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김T는 존재하지 않는 '미모의 서울대 출신 아내'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아내를 강간해도 괜찮으냐"고 물었다고 한다. 


김T의 요구는 계속됐다. 원씨에게 '서울대 출신 아내'의 팬티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급기야 실제 속옷을 달라는 요구까지 했다. 


원씨는 "진짜 줄까?"라며 이 요구에 응했다고 한다. 


결국 지난 원씨가 미리 팬티를 숨기기로 약속한 장소에 한 남성이 나타나 팬티를 가져갔다. 여러 차례 팬티를 가져간 김T는 지난달을 마지막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원씨는 "김T가 '혹시라도 경고하는데 나 가지고 장난하는 거면 너 지옥 끝까지 쫓아가서 죽여 버린다'고 종종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보도를 결심한 건 이 범죄가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어서"라고 전했다. 


그는 "김T 검거를 계기로 '지인능욕'이라는 어정쩡한 이름을 버리고 범죄의 무게에 맞는 이름을 갖고 제대로 된 논의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