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접촉 사고를 낸 직후 경기도의 한 호텔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사건의 전말을 밝힐 핵심 증거인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가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차를 몰던 중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회사 차를 이용해 경기도 구리 인근 호텔로 이동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왔던 매니저와 소속 직원들 중 1명이 경기도까지 김호중을 태워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오전 1시 50분께 호텔에 도착했으며 그동안 김호중과 옷을 바꿔 입은 다른 매니저가 강남서에 출석해 본인이 운전을 했다고 허위 자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호텔에 머물던 김호중은 경찰의 여러 차례 연락에도 응답하지 않다가 사고 이후 약 17시간이 지난 뒤인 10일 오후 4시 30분께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기도의 호텔로 이동한 이유에 대해 소속사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경찰은 김호중을 불러 조사를 벌이던 중 지난 14일 김호중의 사고 차량 블랙박스에서 메모리 카드가 빠져 있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후 사건 은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김호중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사라진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만 발견된다면 현장의 영상과 음성 등으로 김호중과 매니저 등의 혐의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마련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16일 김호중 측 관계자는 "사고 소식을 듣고 처음 현장에 도착한 매니저가 본인의 판단으로 블랙박스에서 (메모리 카드를) 뺀 후 이미 파손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해 들었다"고 문화일보에 밝혔다.
김호중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블랙박스 영상을 경찰이 확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오전부터 김호중의 자택과 서울 청담동에 있는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경찰은 김호중의 소속사가 사건을 은폐하려 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김호중에 대한 음주 운전·뺑소니·운전자 바꿔치기 등에 대한 혐의를 조사 중이다.
한편 김호중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의 이광득 대표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음주 운전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그는 "김호중이 지난 9일 저와 함께 술자리 중이던 일행들에게 인사차 유흥주점을 방문했다"면서도 "고양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 음주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호중은 사고 후 심각한 공황이 와 잘못된 판단으로 사고 처리를 하지 않고 차량을 이동했다"며 "내가 매니저에게 김호중의 옷을 뺏어 입고 대신 일 처리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뺑소니,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은 모두 인정했지만 음주 운전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찰은 김호중의 음주 운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김호중이 매니저에게 전화해 음주 운전을 하다 사고가 났으니 대신 출석해 달라고 말한 녹취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