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모찌야. 살아야 한다. 꼭 살아야 해"
경기 성남시 태평동 탄천 인근 공영주차장에 짐과 함께 강아지 한 마리가 목줄에 묶인 상태로 버려졌다.
녀석의 짐 속에는 보호자의 힘든 상황이 담긴 편지가 발견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 9일 사단법인 엘씨케이디(LCKD)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7살 여아로 추정되는 믹스견 한 마리의 구조 소식이 올라왔다.
단체는 "지난달 29일 태평동 탄천 인근 공영주차장에 짐과 함께 버려진 아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공개된 사진에서 녀석은 주차장 안쪽 가드레일에 묶인 상태였으며, 옆에는 푹신한 쿠션 방석, 사료, 간식 등이 발견됐다.
입마개가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입마개를 한 채 이곳에 버려졌지만 벗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녀석의 짐에는 보호자 A씨가 쓴 3장 분량의 자필 편지가 들어있었다.
"먼저 이 편지를 읽으시는 분의 가정에 평안이 항상 깃들기를 기원한다"라며 운을 뗀 그는 녀석의 이름이 '모찌'이며, 2017년생 암컷이라고 했다.
그는 "처음 데리고 온 날 말랑거리고 이쁘게 생겼다며 애들이랑 이름 지으며 행복하게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5년 전 가족들을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보내고 한순간 혼자 남겨진 삶이 너무 힘들어 삶을 놓고 싶을 때도 저만 바라보는 모찌를 보며 버텨왔다. 가족도 잃고 지옥 같던 저의 삶에 유일한 기쁨이자 행복이었던 아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사랑하는 반려견을 이곳에 묶어둔 이유는 그가 처한 안타까운 상황 때문이었다.
A씨는 "먼저 보낸 가족들 몫까지 다 해서 끝까지 품에 안고 지켜주고자 다짐했는데 제가 위암 말기에 이미 다른 곳까지 전이가 되어 시한부 판정을 받아 이 아이보다 먼저 가야 한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 곁으로 가는 건 무섭지 않으나 혼자 남을 모찌가 눈에 밟혀 도저히 떠나질 못할 것 같아 몇 달간 여기저기 키워주실 수 있는 분을 찾고 또 찾으며 헤맸으나 제가 잘못 살아온 것인지 아무도 키워주시겠다는 분이 없다. 그래도 이 아이만큼 저 없는 집에서 저만 기다리다 굶어 죽는 것이 아닌, 새로운 가족을 만나 꼭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렇게 두고 간다"라고 전했다.
그는 "착하고 순한 아이다. 겁이 많고 예민한 건 제가 더 사랑을 주지 못한 탓일 거다. 그러니 제발 저희 모찌를 거둬달라. 살려달라"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찌에게 생길 새로운 가족을 위해 편지에 모찌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했다.
내성 발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곳을 만지면 싫어하는지, 어떤 것을 먹였을 때 예민해지는지, 어떤 곳을 좋아하는지 하나하나 서술했다.
녀석을 사랑하는 절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A씨는 모찌에게 "사랑하는 모찌야. 살아야 한다. 꼭 살아야 해. 말 잘 듣고 사랑받으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알았지? 사랑해 우리 딸"이라는 말도 남겼다.
단체는 "보호소에 입소한 아이는 공고가 끝나도록 바뀐 환경이나 가족과의 이별로 인해 마음의 문조차 열지 않고 있기에 어떤 선택이 기다릴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아마도 한 평생의 세상이었던 주인과 헤어져 그리고 이제 안락사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아이가 처한 현실이 그저 가슴 아플 뿐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아이가 있는 곳은 안락사가 있는 시보호소다"며 "저희가 봉사하는 시보호소는 공간이 늘 한정적이라서 얼마만큼 시간이 허락할지 모르겠지만, 꼭 살아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선택받지 못하면 죽어서야 나올 수 있는 곳. 이 아이에게도 기회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모찌는 14.6kg 7살 추정 암컷 믹스견으로 지난 9일 공고가 종료됐다.
공고기한 종료 후 안락사 대상이기에 녀석의 입양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게시글에는 모찌를 키우던 A씨를 안다는 누리꾼의 댓글이 달렸다.
그는 "제가 아는 모찌가 맞는 것 같다. 주인분은 며칠 전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다고 들었다. 모찌를 어떻게 해야 할지 사방팔방 알아보셨었는데 저도 상황이 여의찮아서 거두지 못했어서 아이가 어찌 되었을지 걱정이 되었는데 결국 이렇게 보내졌다. 보호소 들어온 일자를 보니 모찌를 보내고 스스로 떠나신 것 같다. 주인분께 모찌는 세상이었다. 그래서 모찌 보고 버텨보시라고 했는데 너무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
이어 "애지중지 공주처럼 이쁨만 받고 해맑게 웃던 모찌가 저기서 저러고 있으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제발 주인 분의 소원대로 모찌는 살아남기를 기도한다. 모찌를 거둬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라고 했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반려견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보호자의 안타까운 사연은 많은 누리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