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임신부 배지를 달고 다녔다가 시부모로부터 "유세 떤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지난 27일 인기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임신 유세...?"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임신 32주 차에 들어선 임신부라는 작성자 A씨는 "어제 어머님이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시댁에 들러 반찬도 가져가고 남편 퇴근하면 같이 저녁도 먹고가라고 하셨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몸도 무겁고 내키지 않았지만, 시댁에 안 간 지 두 달 정도 돼서 배가 더 나오기 전에 다녀오자 싶어서 다녀왔다"덧붙였다.
A씨에 따르면 시댁까지의 거리는 지하철로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퇴근 시간과 맞물린 탓에 지하철에 빈 좌석이 없어 서서 갈 수밖에 없었다.
평소 A씨는 지하철 계단 오르내릴 때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는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싶어 임산부 배지를 되도록 달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A씨가 엘리베이터 없이 3층에 위치한 시댁에 도착하면서 생겨났다.
땀을 흘리며 힘들어하는 A씨의 모습에 A씨의 시부는 "운동 부족이다. 배 나왔다고 집에만 누워있으니 그렇다"고 말했다.
A씨는 "언쟁하기 싫어서 '아버님도 이만한 복대 차보세요' 하며 가방 내려놨는데 임산부 배지를 보시더니 '이런 건 왜 주는지 모르겠다'며 핀잔을 주셨다"고 털어놨다.
뿐만 아니라 A씨의 시부는 "임신하면 동네방네 실컷 유세 부리라고 주는 거냐 뭐냐, 사지 멀쩡한데 다른 사람들 눈치 주려고 달고 다니냐, 눈에 띄게 이런 걸 달고 다니면 사람들한테 지들 눈치 보라는 거밖에 더 되냐"며 임산부 배지를 보며 비아냥거렸다.
시부의 말에 머쓱해진 A씨는 "사람들이 배지를 보더라도 자리 양보 잘 안해준다.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임신부 좌석 비워져 있는 경우는 드물다"라며 하소연을 해 봤지만 A씨의 이야기를 들은 시모도 "눈치주고 싶어서 배지 달고다니는거 아니냐"고 말했다.
임산부 배지를 달고 다니는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생색을 내고 간접적인 눈치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여기는 시부모의 말에 A씨는 빈정이 상할 수 밖에 없었다.
A씨는 "괜히 의기소침해져서 남편에게 따로 '서러워서 돌아다니겠냐. 무슨 임산부 배지하나 달았다고 유세 부리는 거냐'라며 하소연 했더니 남편은 '그러니까 그냥 집에 있지, 누가 보고 신경 쓰지도 않는데 뭐 하러 (배지를)달고 다니냐'더라"며 토로했다.
이어 "솔직히 임신 초반에는 혹시 자리 비켜주나 해서 달고 다녔는데, 어차피 사람들이 신경 안 쓰는 거 알고나서는 돌아다니다 정말 힘들 때 냅다 자리에 주저앉아도 이상하게 안 보겠지 싶어서 달고 다녔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임신부들이 '체중 증가'로 인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이상하게 여길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며 '임신부 배지'를 달고 다녔다는 게 A씨의 입장이다.
A씨는 "배지를 달고 다니는게 다른 사람들 눈치주고, '임신부다'라며 유세 하는 거냐"며 "떠올릴수록 화가 난다"며 누리꾼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국가에서 쓰라고 나눠준 걸 달았는데 유세라니", "자기 손주 품고 있는 며느리한테 너무하다", "배가 많이 나오지 않는 이상 잘 모르니 다른 사람들이 인지하라고 나눠주는 거다" 등 A씨 시부모의 언행을 지적했다.
한편 임신부 배지는 외관상 표시가 나지 않는 임신부들도 배려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것으로, 임신부라면 전국 보건소와 지하철역 등에서 무료로 수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