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며 8만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차세대 HBM을 채택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21일 오후 2시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2300원(2.99%) 오른 7만 9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일에 전일 대비 4100원(5.77%) 올라 7만 6900원에 거래를 마감한 이후 이틀 연속 상승세다.
7만원대 박스권에 머물러 있던 삼성전자가 5% 이상 오르는 것은 1년 중 몇 번 나타나지 않는 드문 일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급등세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발언이 결정적이었다.
황 CEO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진행된 'GTC24' 미디어 간담회 자리에서 "삼성전자의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테스트하고 있다. 기대가 크다"라고 밝혔다.
이미 HBM3 시장의 90% 이상을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5세대 HBM3E D램을 납품하기로 정해졌는데, 여기에 후발주자 격인 삼성전자가 언급되자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HBM은 D램을 여러 개 쌓아 속도를 높이면서 전력 소비를 줄인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로, 인공지능(AI), 머신러닝(ML), 고성능 컴퓨팅(HPC) 등 분야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돕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5세대 HBM 최신 제품인 36GB HBM3E 12단(H)을 개발하고, 올 상반기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엔비디아 발 호재와 더불어 지난 20일 진행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장단이 총출동해 주주들을 안심시킨 것도 향후 주가 흐름에 긍정적이라는 평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주가 관련 주주들의 성토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올해는 자신 있다"는 모습을 보였고, 반도체 부문을 총괄하는 경계현 사장은 "향후 2~3년 내에 반도체 시장 세계 1위를 탈환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AI 가속기 '마하1'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혀 주주들의 이목을 끌었다. 삼성전자가 공개적으로 '마하1'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장밋빛 전망을 내놓자 증권업계에서도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며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