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가정환경 어려운 학생들 위해 '과외+식사+자습 공간' 다 '공짜'로 제공하는 대구 일타 강사의 사연

인사이트Instagram 'chickenclass2021'


대구광역시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며 요리 유튜버로 활동하는 '한닭쌤'의 사연이 화제다.


유튜브 채널 '한닭쌤과 삐약이 교실'을 운영하는 한 모 씨는 초등학생부터 반수생까지 다양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수학 과외 교사다.


그녀는 유튜브와 틱톡 등의 채널에 공부방의 일상을 공유하며 유명세를 탔다. 주로 제자들과 함께 요리를 하는 모습, 제자들과 함께한 일상 브이로그다.


과외비가 수십에서 수백만 원까지 하는 요즘, 한씨가 무료로 과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다.


인사이트YouTube '한닭쌤과 삐약이 교실'


지난해 5월 그는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무료 과외 학생 모집' 공지 글을 올렸다.


그는 "대구광역시 서구 OO동 인근 거주자 중 가정 형편이 좋지 않거나, 공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삐약님들(학생들)에게 무료로 수학 과외를 해드리고자 한다"며 "중학생을 우선적으로 뽑아 자기주도학습을 도울 예정이다. 검정고시 준비 중이신 분도 환영한다"라면서 9가지 주의사항을 공개했다.


주의사항에는 ▲시간을 잘 지킨다 ▲중학생 기준 하교 후 8~9시까지 공부한다 ▲시험기간 하교 후 바로 와서 10시 퇴근한다 ▲시험 3주 전부터 주말 12시간 자습한다 ▲평균 90점 이상을 목표로 한다(열심히 최선을 다한다면 목표 점수는 상관없음) ▲기본적인 예의를 지킨다 ▲편식하지 않는다 ▲힘들어도 즐겁게 함께 공부 해나갈 긍정적인 성격이다 ▲하루 1시간 독서 시간을 갖는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무료 과외임에도 오랜 시간 공부를 봐준다는 것, 그리고 식사를 제공하기에 편식을 하는 학생은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인사이트Instagram 'chickenclass2021'


지난 13일 한국경제는 한씨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한씨는 "공부방에 참여하기 위한 조건은 오직 '공부 열의'와 '편식 유무'"라면서 "과외비와 식비는 모두 무료"라고 밝혔다.


그는 "배움을 아이들과 나누기 위해 작은 공부방을 운영할 뿐이다. 제 신상이 널리 알려지면 공부방 운영 취지를 해칠까 우려된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인사이트YouTube '한닭쌤과 삐약이 교실'


한씨는 이어 "동네에서 학원에 다닐 여건이 안 돼 하교 이후 돌봄 공백이 발생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기 중에는 하교 후부터 오후 9시까지, 방학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공부방을 운영한다"며 "저녁 식사 후 1:1로 수학을 지도한다. 학생들이 개인 역량에 맞춰 다양한 과목을 스스로 공부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학이나 시험기간이 되면 1박 2일 서울 나들이 등 다양한 이벤트부터 특식까지 준비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공부방 부엌을 마라탕 가게처럼 꾸며 구독자들과 1박 2일 MT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인사이트YouTube '한닭쌤과 삐약이 교실'


한씨는 한국경제에 무료 공부방을 운영하게 된 계기에 대해 힘들었던 학창 시절을 꼽았다.


그는 "대학교 졸업 무렵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오빠의 취준 시기가 겹치면서 기존에 하던 과외를 관둘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과외를 하면서 가족의 뒷바라지를 하다 보니 정작 나의 취준 시기는 놓쳐버렸다. 심신이 지쳤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과외에 보람을 느껴 사는 동네에 자그마한 공부방을 차렸고 내 학창 시절과 비슷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돕고자 무료로 운영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유튜버가 된 것에 대해서는 2022년 3월쯤 틱톡에 우연히 제자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영상을 올렸다가 관심을 받으면서 영상 편집에 재미를 붙여 유튜브도 조금씩 키워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부방은 영상 수익을 통한 한씨의 자비로 운영되고 있다.


한씨는 "영상의 인기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원해서 선택한 운영방식이기에 부지런하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전국의 구독자 님들이 식자재와 학용품을 보내주신다. 채널이 커지면서 가끔 협찬도 들어와 풍족한 밥상을 차릴 수 있게 됐다"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인사이트YouTube '한닭쌤과 삐약이 교실'


한씨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좋은 어른이 되고 있다. 국·영·수 지식 습득을 떠나 사랑을 주는 어른이 옆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단단하게 성장하더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되새겼다"며 "궁극적으로는 청소년들이 머물고,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을 만들어 가고 싶다. 공부방을 기점으로 남녀노소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공동체를 꾸리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진정한 어른이다", "대가 없이 저렇게 하시기 쉽지 않으실텐 데 대단하시다.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좋은 어른, 좋은 스승이다", "사회를 빛내는 참 스승이다", "진정한 일타강사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