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3일(목)

김연아 넘어 역대 최연소 우승한 '피겨요정' 유영의 꿈


 

"나이가 아직 어려서 1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빨리 커서 다시 국가대표가 될래요!"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지난 10일 끝난 제70회 전국 남녀 피겨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만11세 8개월의 나이로 여자 싱글 시니어부에서 우승하며 역대 최연소 우승의 감격을 맛본 '피겨요정' 유영(12·문원초)은 터미네이터의 대사처럼 "꼭 돌아온다"를 외쳤다.

11일 오후 과천실내빙상장. 전날 피겨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유영은 전날 화려했던 화장을 지우고 초등학생의 모습으로 돌아와 예전처럼 빙상장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수다 꽃'을 피웠다.

유영은 이번 종합선수권대회에서 '피겨퀸' 김연아(26)가 2003년 우승하면서 세웠던 최연소 우승 기록(만 12세 6개월)의 기록을 경신하며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미 지난해 만10세 7개월의 나이로 국가대표로 발탁돼 주목을 받았던 유영은 고난도 점프와 뛰어난 표현력을 앞세워 국내 여자 싱글 최정상의 기쁨을 맛봤다.



유영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점점 고난도로 발전하는 국제 피겨 무대의 기술력에 맞추려고 신기술 연마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반)과 쿼드러플 살코(공중 4회전)도 착실하게 연습하고 있다.

아직 회전수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2∼3년 내에는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과천실내빙상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유영은 "우승은 했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게 많다"며 "예술성은 좋다는 평가를 받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연습이 더 필요하다"고 스스로 낮췄다.

그는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 그때에는 꼭 중국어로 '과천에서 훈련하고 여기에 왔다. 응원해준 분들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꼭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서 김연아 언니처럼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영은 올해부터 대표선발 규정이 '2003년 7월 1일 이전에 태어난 선수'로 바뀌면서 종합선수권대회 우승과 동시에 태극마크를 반납한 게 가장 아쉽다.

그는 "지난해 대표팀에 처음 합류했을 때 너무 쑥스러워서 언니 오빠들하고 얘기도 잘 못했는데 지금은 너무 친해졌다"며 "재미있게 지냈지만 이제 대표팀에서 나와야 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김)연아 언니가 태릉선수촌에 일주일에 두 번씩 오고 했다. 연아 언니가 인사도 잘 받아주고 격려도 해줬다"며 "롤모델인 연아 언니를 자주 보는 게 좋았는데…"라고 아쉬운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유영은 이내 밝은 얼굴로 "제가 너무 어려서 대표팀에서 나오게 됐지만 1년만 기다리면 다시 들어갈 수 있다"며 "지금은 아쉬워도 빨리 커서 국가대표가 다시 되고 싶다"고 웃음을 지었다.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유영은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을 견뎌야만 한다.

무엇보다 대표선수들에게 보장되는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을 이용할 수 없게 돼 과천빙상장에서만 훈련해야 한다.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은 오전과 오후에 대표선수들만 사용할 수 있어 훈련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더불어 대표팀 트레이너가 선수들의 근육도 풀어주는 등 이점이 많다.

하지만 과천실내빙상장에서만 훈련하게 된 유영은 일반인 대관을 피해 새벽과 밤늦은 시간에 훈련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함께 이용하다 보니 점프 훈련도 충돌 위험 때문에 마음 놓고 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자칫 기량 저하로 이어질 위험성도 크다.



유영의 어머니인 이숙희(46) 씨도 위축된 훈련 환경이 가장 걱정스럽다.

이숙희 씨는 "(유)영이가 태릉에서 훈련할 때 기량이 가장 많이 늘었다. 훈련하는 시간대도 좋아서 컨디션도 좋았다"며 "태릉에서는 고난도 점프를 연습해도 다른 선수와 부딪힐 일이 없어 마음 편하게 훈련했는데 이제 그러지 못하게 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점프의 비거리가 생겨서 넓은 훈련 공간이 필요한데 과천빙상장에서는 일반인들을 신경을 쓰면서 훈련해야 해서 스피드를 낼 수 없다. 안전한 훈련 장소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이 씨는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유영이 부상 걱정 없이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배려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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