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08일(수)

인질로 잡히자 '리오넬 메시' 언급한 90세 할머니...납치범 취향 저격해 무사히 풀려나

인사이트하마스 대원과 에스테르 쿠니오 할머니 / X(Twitter)


"자네, 축구 좋아하는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인질로 끌려갈 뻔한 90세 할머니가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 덕분에 풀려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매체 더 타임즈 오브 이스라엘(The Times of Israel)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 니르 오즈(Nir Oz)에 거주하는 에스테르 쿠니오(Esther Cunio, 90) 할머니는 하마스가 주도한 테러 공격에 관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인질로 붙잡힐 위기를 모면한 이야기를 전했다.


'10월 7일의 목소리. 라틴계의 생존 이야기(Voces de 7 de octubre – Latino Stories of Survival)'라는 다큐멘터리다.


인사이트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 GettyimagesKorea


'10월 7일의 목소리. 라틴계의 생존이야기'는 스페인 매체에 중동 소식을 전하는 '후엔테 라티나(Fuente latina)'라는 비영리 단체가 제작했다.


단체의 성명에 따르면 이 영화는 10월 7일 하마스 공격을 직접 겪은 라틴 아메리카 출신 이스라엘인의 증언을 통해 당시 일어난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쿠니오 할머니 역시 영화에 등장해 증언한 이들 중 한 명이다.


할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할머니는 자신의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나가봤다가 무장한 하마스 테러리스트 두 명을 맞닥뜨렸다.



그들 중 한 명은 할머니에게 가족이 어딨느냐고 물었고 할머니는 "나에겐 가족이 없다. 혼자 산다"라고 답했다.


할머니는 하마스 대원들과 언어 장벽에 부딪히며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자 생명의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그들에게 "당신은 아랍어를 하고 나는 히브리어를 서툴게 한다. 나는 아르헨티나말(아르헨티노)와 스페인어를 할 줄 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하마스 대원들은 "아르헨티노가 뭐냐"며 관심을 보였다.


이에 할머니는 "혹시 축구를 보나?"라고 물었다.


그리고 하마스 대원들이 "우리는 축구를 좋아한다"라고 답하자 "나는 메시의 고향에서 왔다"라고 말했다.


인사이트2022년 12월 18일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2022년 FIFA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이 끝난 후 아디다스 골든 부츠 상을 들고 카타르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바라보고 있는 리오넬 메시 / GettyimagesKorea


그러자 총을 들고 있던 하마스 대원은 "메시!"라고 외치더니 "메시를 좋아한다"고 했다. 알고 보니 메시의 팬이었던 것이다.


이후 그는 쿠니오 할머니의 무릎에 소총을 올려놓더니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다른 대원은 이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이후 SNS에 올렸다.


쿠니오 할머니는 다큐멘터리에서 "메시가 내가 그를 언급했고, 그 덕분에 내가 살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인사이트쿠니오 할머니의 3살 쌍둥이 증손주와 할머니의 손자 며느리 / Schneider Children’s Medical Center


안타깝게도 그녀의 손자 아리엘(Ariel)과 데이비드(David)는 아직도 하마스 대원들에게 억류된 상태다.


또한 쿠니오 할머니의 딸과 시누이, 손자며느리 그리고 증손녀인 세 살짜리 쌍둥이들도 인질로 끌려갔다가 지난해 11월 말 일주일간의 휴전으로 겨우 풀려났다.


쿠니오 할머니는 "이제 나는 그곳에 갇혀있는 두 손자들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한편 지난해 10월 7일은 하마스가 이끄는 수천 명의 테러리스트들이 육로, 공중, 해로를 통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온 날이다.


이들은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0명 이상의 민간인을 납치했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보복 공격에 나섰고 하마스 측은 지금까지 총 3만 1,000명의 팔레스타인이 사망했고, 수만 명이 삶을 터전을 버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