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8일(월)

"세상에는 간절히 원해도 이뤄지지 않는 게 있어"...K리그 축구선수의 '은퇴 소감', 누리꾼 울렸다

인사이트Instagram 'liminhyeok'


"잘 머물다 갑니다"


최근 그라운드를 떠난 한 무명 선수의 은퇴 소감이 누리꾼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 주인공은 2부리그 천안시티FC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한 임민혁(30)이다.


지난 1일 임민혁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은퇴 소회를 밝혔다.


인사이트Instagram 'liminhyeok'


임민혁은 "K리그가 개막하는 오늘, 저는 프로, 아마 총 18년 동안 이어온 축구 선수의 삶을 폐막하려 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서른 즈음 되면 대충 안다. 세상에는 간절히 원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끝내 쟁취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훌륭함만이 삶의 정답은 아니기에 한치의 미련 없이 떠나본다"라고 은퇴를 발표했다.


인사이트Instagram 'liminhyeok'


임민혁은 "저의 축구 인생은 완벽하지도, 위대하지도, 아주 훌륭하지도 않았지만 정정당당하게 성실히 땀 흘려 노력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멋진 세계에서 멋진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내 삶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온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만족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언젠가부터 저보다 열정 있고 성실한 후배들의 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자기 비하의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어 속이 후련하고, 적어도 추한 선배는 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약속 하나는 지키고 그만두는 것 같아 다행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펼쳐질 제2의 인생에 대해 "저는 더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면서 새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라며 "3.1일. 새로 시작하기 날짜도 딱 좋다. 여기저기 축하 만세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라고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두들 감사했고, 잘 머물다 갑니다"라며 글을 마쳤다.


임민혁은 K리그 팬들에게도 낯선 무명 선수였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한 축구화를 벗는 소감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그의 글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며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줬다.


누리꾼들은 "수고하셨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평생을 바쳐온 어떤 일을 그만두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이 너무 감동적이다", "선수 생활을 마치셨지만 저는 팬이 됐다. 인생 2막 잘 열어가시길 멀리서나마 응원하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인사이트Instagram 'liminhyeok'


한편 1994년생으로 올해 30살인 임민혁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포항 스틸러스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내고 2013년 실업팀 울산 현대미포조선 돌고래에 입단하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포지션은 골키퍼다.


2017년에는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2018년 대전 시티즌으로 임대를 떠난 후 2021년 전남 드래곤즈에 복귀했고 2023년 천안시티FC로 이적해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