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2010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쿠팡은 그간의 '계획된 적자'의 주장을 증명했다.
28일(한국 시간)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4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 4분기 매출은 8조 6555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20% 늘었다. 4분기 영업이익은 1715억원으로 이전해 같은 기간 1133억원보다 51% 늘었다.
성장사업(Developing Offering) 분야 매출이 3601억원(2억 7300만달러)을 기록해 전년 동기(1806억원) 대비 2배가량 성장했다.
한해를 놓고 보면 지난해 쿠팡은 연매출 31조 8298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연도보다 20% 늘어난 기록이다. 연간 영업이익은 6174억원을 기록하며 첫 영업 흑자를 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비즈니스에 유의미한 잉여 현금 흐름을 창출하기까지 다년간의 투자와 끈기, 인내가 필요한 과감한 시도이자 새 역량이 바로 로켓배송"이라고 말했다.
빠른 배송과 합리적 가격, 다양한 상품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로켓배송이 한국 온라인 유통업계에서 가장 고객 유입을 이끈 '필수 인프라'로 거듭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통해 쿠팡은 전통적인 유통사들을 제쳤다.
쿠팡은 누적 6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이른바 '쿠세권'(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을 구축했다.
그 결과 2020년부터는 인구의 70%가 쿠팡 물류센터 반경 15분 거리에 살게 됐고, 세계적인 위기 상황이었던 코로나19 팬데믹에는 마스크 1개당 500원의 가격으로 배송하며 사회 안전망의 역할까지 수행했다.
당시 김범석 의장은 직원들에게 보내는 사내 레터에서 "손익을 따지기보다 고객이 힘들 때 우선 고객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며 "쿠팡이라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고객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해 8월 연간 5000억원 수준의 지출을 추가 부담하게 됐지만, 결과적으로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로켓배송'의 비즈니스 모델을 입증했다.
쿠팡은 최근 이른바 '인구감소지역' 16개 지역에 로켓배송을 도입하며 쿠세권을 더욱 넓히고 있다.
삼척 도개읍의 경우 로켓배송 진출로 인해 고객 주문 건수가 5000건에 이르며 지역 활기가 돌고 있다. 주민들은 대형마트에 가기 위해 1~2시간 걸리는 수고가 사라졌다.
김찬호 중앙대 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필수라고 여기던 기존 인프라 없이도 가능하도록 도시 설계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데, 쿠팡이 지방 구석구석까지 생활필수품을 공급하면서 이러한 역할을 대신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 이커머스 배송 패러다임을 바꾸고 이를 통해 소비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쿠팡의 로켓배송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