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이른바 '남양주 역주행 사망사고'의 역주행 운전자 아들이 "엄마의 한을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사고는 지난달 31일 오전 8시경, 남양주시 진건읍의 편도 4차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운전자 A씨가 몰던 승용차가 역주행하면서 정상 주행 중인 승합차와 덤프트럭 등 차량 4대와 잇달아 충돌했다.
이 사고로 A씨가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씨 차량과 충돌한 차량의 운전자와 동승자 6명은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당시 사고를 목격한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을 보면 역주행으로 빠르게 달려온 차가 덤프트럭을 들이받고 그 충격으로 회전하면서 다른 차량들과 충돌했다.
당시 누리꾼들은 "덤프트럭 없이 바로 소형차와 충돌했다면 더 큰 피해가 있었을 텐데 그나마 다행이다", "덤프트럭 기사는 사망한 가해자 가족에게 꼭 손해배상 받아라" 등 A씨를 비난했다.
그러자 A씨의 아들이 댓글을 달았다. 그는 "엄마 차량이 동시 차선 변경 중 다른 차량이 후미를 충돌해서 엄마가 정신을 잃고 역주행한 것"이라며 "엄마의 오해와 한을 풀어 달라. 목격자를 찾는다"고 했다.
지난 7일 한 블로그에는 '남양주 역주행 사고, 원인을 알면 욕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쓴이는 "남편 지인이 목격했는데, 어떤 차량이 가드레일을 박고 돌아서 잠깐 멈춰 서 있더니 역주행 방향으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운전자는 기절한 건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그대로 차는 굉음을 내며 역주행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고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는 사실이었다. 경찰은 역주행 사고 발생 직전 A씨의 차량과 화물차의 1차 추돌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연쇄 충돌 사고 지점에서 300m 떨어진 곳에서 2차로를 달리던 윙바디 트럭이 3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다 4차로에서 3차로로 이동하는 A씨 차량과 부딪혔다.
이로 인해 중심을 잃은 A씨의 차량은 회전하면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높은 중앙분리대로 인해 반대 차선으로 넘어가지 않은 A씨 차량은 주행 방향이 반대로 바뀌어 역주행했다.
경찰은 주행 방향이 바뀐 뒤에도 차가 계속 달린 이유에 대해 A씨가 의식을 잃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경찰은 A씨의 혈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음주 운전이 아니라는 소견을 받았다. A씨가 차량에서 튕겨 나간 이유는 안전벨트 미착용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경찰은 1차 사고를 낸 화물차 남성 운전자를 이번 사고의 최초 원인 제공자로 판단하고 그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해 두 사고 간의 인과관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