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8일(월)

"대표팀 갈등, 축구협회가 흘린 거 아니냐"...팬들이 협회를 의심하는 이유

인사이트The Sun


각종 가십거리를 양산하는 영국 매체 '더선'이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 간 내부 갈등을 1면으로 보도했다.


손흥민이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토트넘 vs 브라이턴 경기에 출전한 이유가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 요르단 전날, 이강인 등 다른 일부 선수들의 갈등을 말리다 다쳤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국내 축구팬들은 사실일 가능성이 없는 '낭설'이라고 반응했다. 경기 전날 선수들이 싸울 리 없고, 손흥민의 의견을 이강인 등 어린 선수들이 묵살할 가능성도 없고 무엇보다 철저히 비공개되는 선수들의 식당 모습을 영국의 일개 기자가 알 리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는 이례적으로 굉장히 빠르게 입장을 밝혔다.


뉴스1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 뉴스1


보도가 나온 지 하루도 안된 상황에서 선수들 간 내부 갈등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협회 관계자는 언론에 "서로 엉킨 선수들을 말리는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어딘가에 걸려 탈골됐다"라고 밝혔다.


갈등도 사실이고, 선수들이 몸싸움을 한 것도 사실이고, 핵심 선수이자 주장인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골된 것도 사실이라고 만천하에 고한 것이다.


보통 선수들의 갈등에 대해서는 반박하거나 침묵하는 게 전 세계 모든 축구단·협회의 공통된 대응 방식이다.


GettyimagesKorea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 GettyimagesKorea


더 나아가 모든 스포츠 구단·연예기획사·기업 등 외부에 노출되는 집단은 이를 사실로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집안이 이른바 'X판'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과 같아서다.


오로지 대한축구협회만이 이를 사실로 인정해버렸다.


결국 화살은 선수들에게 돌아가게 될 우려가 크다. 손흥민은 중요한 경기 전 선수들을 하나로 규합시키지 못하는 '무능력한 주장'으로 낙인찍힐 수 있고, 이강인은 주장의 말도 안 듣고 4강 직전 탁구나 치는 '이기적인 Z세대 선수'로 낙인찍힐 수 있다.


이강인 / 뉴스1이강인 / 뉴스1


협회가 선수들을 보호하지 않고 내팽개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죽을힘을 다해 뛴 선수들이 하루아침에 '나쁜 X'가 될 위험이 커지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협회를 의심하는 여론도 생겨나고 있다.


KFA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에만 아주 제한적으로 공개되는 '선수단 숙소 내부' 그것도 식당에서의 상황을 영국 매체가 어떻게 속속들이 아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손흥민 / 뉴스1손흥민 / 뉴스1


내부 관계자가 전해준 게 아니라면 더선의 기자는 알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자칫 자신도 욕을 먹게 될 수 있는 선수가 유출했을 리는 없고, 현재 협회를 향해 가해지는 비판을 회피하기 위해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의도의 '정보 유출'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카타르에서 입국한지 하루 만에 미국으로 향하고, 정몽규 회장이 임원회의에 불참을 통보하며 잠적해버리면서 '정몽규+클린스만 동반 사퇴' 여론이 커지자 내부 갈등설을 일으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선수 보호는 없고 내부 갈등이 사실이라는 것을 협회가 인정한 것 자체가 이 의구심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1뉴스1


한 축구팬은 "왜 협회가 선수 갈등을 사실이라고 인정하냐. 아시안컵 우승 실패가 결국 선수들 갈등 때문이라는 거냐"라고 지적해 공감을 얻었다.


한편 어제 열린 협회 임원회의에서는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경질 의견이 모였고, 이석재 부회장은 회의 후 정 회장에게 사퇴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트


인사이트이강인과 손흥민 / GettyimagesKorea


YTN은 이 사퇴 건의를 접한 정 회장은 "마땅한 명분이 필요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매체에 "정 회장이 내개 살짝 뜻을 내비쳤다"라며 "(경질에도) 명분이 있어야, 4강까지 올랐는데 이런 거를 생각 안 할 수가 없지 않냐라더라"고 밝혔다.


축구팬들은 결국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할 명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정몽규 HDC 회장 / 뉴스1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 뉴스1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