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누군가는 부모님을 만나고 누군가는 자신이 꾸린 가족과 뜻깊은 시간을 보낸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에 탄 사람들처럼, 평소보다 훨씬 복잡해진 도로 위를 정리하는 교통경찰 역시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보다 남이 먼저인 직업 특성상 설 연휴에는 누군가를 만나기보다는 일을 한다.
그런 이들이 안타까웠던 걸까. 나름 긴 인생을 살아온 한 60대 남성이 바쁜 시간을 쪼개 허겁지겁 식사를 하는 교통경찰을 위해 선뜻 지갑을 열었다.
지난 11일 경찰에 따르면 강원 춘천경찰서 교통관리계 직원 2명은 전날 오전 9시부터 춘천 동산면 군자리 동산추모공원에서 교통정리를 시작했다.
경찰들은 오전부터 몰려드는 성묘객으로 인해 복잡해진 도로 위에서 약 4시간 동안 교통 안전관리를 진행했다.
이후 점심시간 즈음 성묘객이 잠시간 줄어들자 이들은 인근 식당으로 향해 점심을 먹었다.
경찰들은 해장국을 주문했다. 팔팔 끓는 해장국이 채 식기도 전, 이들은 그 뜨거운 해장국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한시라도 빨리 먹어 치운 뒤 교통정리를 해야 했던 탓이다.
그런 이들에게 식당 사장이 다가왔다. 사장은 "뒤에 계신 손님이 '설날에도 경찰관들이 쉬지도 못하고 고생하신다. 밥 한 끼 사고 싶다'라며 계산했다"라고 말했다.
경찰들은 놀라 "괜찮습니다"라고 했지만, 60대 남성은 밥값을 이미 계산한 뒤였다. 식당을 떠나는 남성을 급히 뒤따라 나간 두 경찰은 감사하다는 뜻의 인사를 했다.
춘천경찰서 교통관리계 관계자는 "직업 특성상 시민분들에게 아무것도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거절했지만 이미 밥값을 계산하셔서 정말 깜짝 놀랐다. 앞으로도 지역 교통관리를 위해 힘쓰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