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바로 앞에 정원이 있다고 홍보한 서초구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한 가운데 정원이 아닌 산비탈면과 맞닿아 있어 입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8일 JTBC '뉴스룸'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가 '절벽뷰'로 입주민들의 불만과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곳은 지난 2011년 7월 16명의 사망자를 낸 우면 산사태 현장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창밖 바로 앞에 흙 비탈면이 보이는 데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이에 입주민들은 13년 전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현장을 둘러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질이 풍화암으로 상당히 약하다. 그런데 경사가 한 60도 정도 된다. 이건 돌에나 하는 것이다. 가파르게 깎아놓고 위험하게 산사태가 나도록 방치해놓고 마무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입주민은 "아파트 분양 당시 정원을 조경할 것처럼 홍보자료를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정원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흙만이 가득한 상황이다.
입주민은 세입자를 구하고 싶어도 흙 비탈면 때문에 구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주택법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7조에 따르면 건축물과 비탈면은 비탈면의 높이만큼 떨어져 있어야 한다.
또 비탈면에는 나무나 잔디를 심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산사태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안전 문제가 없으면 괜찮다'라는 불분명한 예외규정이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입주민들은 처음부터 문제를 제기했지만, 재건축조합 측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아파트를 다 짓고 나서야 "산이 개인 사유지라 손댈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조합 측은 "비가 내려도 아파트 쪽으로 물이 많이 흐르지 않는 걸 확인하고 공사를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시공사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구청과 협의해 보강공사를 하겠다"라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