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10일(금)

"여자인 척 '등산가용!'...당근마켓 글에 낚여서 소백산 갔다가 죽을 뻔했습니다"

인사이트네이트판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당근마켓에 올라온 글을 보고 소백산 등산을 다녀온 여성이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당근으로 여자인 척 낚아서 고객 모집하는 등산 앱"이란 제목으로 여성 A씨의 글이 올라왔다. 


평소 등산을 좋아했던 A씨는 어느 날 '11월 18일 소백산 같이 가실 분 계신가용!'이란 글을 보게 됐다. 


글에는 "(소백산 등산) 갈 건데 가실 분 계신가요? 사진 예쁘게 찍어드릴게요! 벼 같은 억새랑 상고대 보러 같이 갈 분 구해요"라며 소셜 앱 P 할인권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버스를 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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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글쓴이가 여자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프로필 사진이 여성이었고, 닉네임과 채팅 말투가 여성처럼 느껴졌다는 이유다. 


글쓴이는 등산 초보라는 A씨에게 "편한 길로 올라가는 거라 어렵지 않다", "길이 좋아서 (등산) 스틱 없어도 충분히 탈 수 있는 코스다. 혹시 스틱 필요하시면 제거 빌려드리겠다", "편하게 입고 그때 사진 예쁘게 찍어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등산 당일, 글쓴이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알고 보니 당근마켓에 글을 올린 이는 남성이었다. A씨는 "남성분이 제가 본 당근 글을 여사친 사진으로 올려서 모객했고, 저 말고도 다른 여성 참가자 또한 그가 여자인 줄 알고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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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여성의 도움을 받아 등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소백산에 오른 A씨는 혼자서 위험한 등산을 해야 했다. 


인솔자는 가장 앞에서 올라갔고, 당근마켓 글쓴이만 믿고 일반 운동복과 러닝화 차림으로 눈 오는 산을 오른 A씨는 낙오돼 혼자 정상까지 올라가야 했다. 


하산할 때는 길을 잃어 혼자 공포감에 떨며 엉뚱한 곳으로 내려갔다. 결국 집결지까지 가기 위해 택시를 타고 택시비 3만원을 더 내야 했다. 


'기망' 당했다는 생각에 분노한 A씨는 등산객들이 모인 단톡방에 이를 알리며 환불을 요구하였으나, 채팅방 관리자가 메시지를 '내용 가리기'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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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결국 해당 채팅방에서 강퇴당했다. 소셜 앱 P 측에 문의하기도 했으나 '해당 인솔자는 프리랜서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A씨는 "계속해서 컴플레인을 걸었으나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여행 패키지는 일정 인원이 모집되지 않을 경우 취소가 된다. 해당 등산 패키지 또한 마찬가지였고, 취소될 것을 우려한 인솔자가 계획적으로 '소백산 등산 패키지'로 사람들을 낚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애초에 여자인 척 사람을 기망해서 저처럼 여성인, 혹은 남성일 수도 있는 일반인이 함께 등산할 것이라고 기대하게끔 만든 것은 사기 아닌가?"라고도 덧붙였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2주가 지난 지금도, 외출 직후 집에 돌아와 얼은 몸을 녹일 때면 소백산에서 돌아와 48시간 동안 꽁꽁 언 몸이 녹지 않았던 그날이 떠오른다"며 "소비자원에도 연락해 환불 및 제대로 된 사과를 받으려 한다"고 했다. 


A씨의 글을 본 누리꾼들은 "큰일 날 뻔했다", "눈 내린 소백산은 정말 위험하다", "이 정도면 살인미수 아니냐" 등이 반응을 내비쳤다. 


다만 일부는 "애초에 글쓴이가 성별을 안 밝혔는데 여자라고 특정한 건 A씨 잘못 아니냐", "등산 갈 산 정보도 안 찾아보고 간 거냐?", "모임장도 문제지만 아무 준비 없이 간 A씨 잘못도 큼" 등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