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당근마켓에 올라온 글을 보고 소백산 등산을 다녀온 여성이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당근으로 여자인 척 낚아서 고객 모집하는 등산 앱"이란 제목으로 여성 A씨의 글이 올라왔다.
평소 등산을 좋아했던 A씨는 어느 날 '11월 18일 소백산 같이 가실 분 계신가용!'이란 글을 보게 됐다.
글에는 "(소백산 등산) 갈 건데 가실 분 계신가요? 사진 예쁘게 찍어드릴게요! 벼 같은 억새랑 상고대 보러 같이 갈 분 구해요"라며 소셜 앱 P 할인권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버스를 탈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글쓴이가 여자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프로필 사진이 여성이었고, 닉네임과 채팅 말투가 여성처럼 느껴졌다는 이유다.
글쓴이는 등산 초보라는 A씨에게 "편한 길로 올라가는 거라 어렵지 않다", "길이 좋아서 (등산) 스틱 없어도 충분히 탈 수 있는 코스다. 혹시 스틱 필요하시면 제거 빌려드리겠다", "편하게 입고 그때 사진 예쁘게 찍어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등산 당일, 글쓴이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알고 보니 당근마켓에 글을 올린 이는 남성이었다. A씨는 "남성분이 제가 본 당근 글을 여사친 사진으로 올려서 모객했고, 저 말고도 다른 여성 참가자 또한 그가 여자인 줄 알고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글쓴이 여성의 도움을 받아 등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소백산에 오른 A씨는 혼자서 위험한 등산을 해야 했다.
인솔자는 가장 앞에서 올라갔고, 당근마켓 글쓴이만 믿고 일반 운동복과 러닝화 차림으로 눈 오는 산을 오른 A씨는 낙오돼 혼자 정상까지 올라가야 했다.
하산할 때는 길을 잃어 혼자 공포감에 떨며 엉뚱한 곳으로 내려갔다. 결국 집결지까지 가기 위해 택시를 타고 택시비 3만원을 더 내야 했다.
'기망' 당했다는 생각에 분노한 A씨는 등산객들이 모인 단톡방에 이를 알리며 환불을 요구하였으나, 채팅방 관리자가 메시지를 '내용 가리기' 처리했다.
A씨는 결국 해당 채팅방에서 강퇴당했다. 소셜 앱 P 측에 문의하기도 했으나 '해당 인솔자는 프리랜서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A씨는 "계속해서 컴플레인을 걸었으나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여행 패키지는 일정 인원이 모집되지 않을 경우 취소가 된다. 해당 등산 패키지 또한 마찬가지였고, 취소될 것을 우려한 인솔자가 계획적으로 '소백산 등산 패키지'로 사람들을 낚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애초에 여자인 척 사람을 기망해서 저처럼 여성인, 혹은 남성일 수도 있는 일반인이 함께 등산할 것이라고 기대하게끔 만든 것은 사기 아닌가?"라고도 덧붙였다.
A씨는 "2주가 지난 지금도, 외출 직후 집에 돌아와 얼은 몸을 녹일 때면 소백산에서 돌아와 48시간 동안 꽁꽁 언 몸이 녹지 않았던 그날이 떠오른다"며 "소비자원에도 연락해 환불 및 제대로 된 사과를 받으려 한다"고 했다.
A씨의 글을 본 누리꾼들은 "큰일 날 뻔했다", "눈 내린 소백산은 정말 위험하다", "이 정도면 살인미수 아니냐" 등이 반응을 내비쳤다.
다만 일부는 "애초에 글쓴이가 성별을 안 밝혔는데 여자라고 특정한 건 A씨 잘못 아니냐", "등산 갈 산 정보도 안 찾아보고 간 거냐?", "모임장도 문제지만 아무 준비 없이 간 A씨 잘못도 큼" 등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