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10일(금)

화재현장서 어린 소녀에게 방독면 양보했던 소방관, '뇌 손상' 입어

인사이트SCMP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화재 현장에서 어린 소녀에게 방독면을 건넨 후 뇌 손상을 입은 소방관에 응원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중국 북부 허베이성 출신 소방관 쿠쉐후이(30)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3월 구조 임무 중 연기를 흡입한 후 독성뇌병증 진단을 받은 쿠씨의 사연을 전했다.


사고 당시 쿠씨는 전기차 폭발로 발생한 주택 화재를 진압하고 있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창 불길을 잡고 있을 때, 한 주민이 그에게 다가와 3층에 혼자 있던 딸을 구해달라고 애원했다.


쿠씨는 망설임 없이 달려갔고 3층 침실에 갇힌 소녀를 발견했다.


건물은 유독가스로 가득 찬 상태였다. 쿠씨는 건물 밖으로 소녀를 데리고 나가며 유독가스를 흡입하지 않도록 자신의 방독면을 씌워줬다.


그의 발 빠른 구조로 소녀는 다친 곳 없이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인사이트Weibo


쿠씨의 아내 쑨레이에 따르면 쿠씨는 소녀를 구한 뒤 괜찮아 보였지만 점차 인지 장애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스스로 말하고 몸을 움직이는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쿠씨는 의사로부터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뇌 손상 탓에 뇌가 3살 아이 수준으로 기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날 이후 쑨씨와 12살 아들 쿠보준은 쿠씨가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재활을 돕고 있다.


인사이트쿠씨의 아내 쑨레이 씨 / 抖音


쑨씨는 아들이 어릴 적 공부했던 책을 이용해 인내심을 갖고 숫자를 읽고 세는 법부터 가르치고 있으며, 매일 더우인 계정에 쿠씨의 회복 과정을 담은 영상 일기를 올리고 있다.


그녀는 "남편이 다시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쑨씨는 "남편은 일 때문에 바빠 일 년에 집에 있는 날이 수십 일에 불과했지만 매일 '사랑한다'라고 말해주곤 했다"라고 회상했다.


안타깝게도 쿠씨는 "사랑한다"라는 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상태로 아들의 이름만 겨우 외우고 있다고 한다.


인사이트抖音


지난 여름 방학 동안 아빠의 간병을 도운 아들은 쿠씨에게 족욕을 해주며 "어릴 적 아빠가 가끔씩 족욕을 시켜주시곤 했다. 이제 제가 해드릴 차례"라면서 "아빠가 회복할 수 없다면 그냥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현재 아들은 엄마 쑨씨가 쿠씨를 돌보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중이다.


인사이트쿠씨의 재활을 돕는 동료들 / 抖音


쿠씨가 일하던 소방서는 매일 팀원들을 보내 쑨씨가 쿠씨를 돌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안타까운 사연에 현지 누리꾼들은 "제발 기적이 일어나길", "진정한 시대의 영웅", "가족들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가족들을 응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