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장기기증은 한 사람이 삶의 마지막에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로 꼽힌다.
누구나 기증이 고귀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신체 일부를 남을 위해 내어놓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특히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경우 장기기증을 결정하는 데는 더욱 큰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 어려움에도 최근 출근길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졌던 26살 박래영씨가 4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박래영 씨의 사연이 알려지며 유튜버로 활동 중인 친언니가 쓴 편지도 재조명 됐다.
앞서 박씨는 지난 9월 18일 출근길에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브레이크 대신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차에 치여 의식을 잃었다.
당시 박씨는 초록불에 길을 건넜지만 운전자가 차 안에 떨어진 서류를 줍는 사이 사고가 나고 말았다.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의식 없이 누워있던 박씨는 심장, 간장, 신장(좌우)을 4명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박씨의 장기 기증이 결정됐던 지난달 13일, 언니인 유튜버 '옥슈슈'는 커뮤니티를 통해 안타까운 소식을 직접 전했다.
옥슈슈는 "유튜브 업뎃이 뜸해서 걱정해주신 팬분들께. 오늘은 옥슈슈 박래옥이 아닌 사랑하는 여동생 래영이의 언니로써 글을 씁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 그날 아침부터 지금까지 저와 가족들은 긴 꿈을 꾸고 있는 거 같다"며 "지금도 집에서 내려다 보이는 그 길은 아무리 생각해도 죽을 만큼 다칠 수가 없다. 달릴 수도 없이 꽉꽉 막힌 월요일 오전 대로변에서 어째서 이렇게 많이 다쳤는지, 이렇게나 많이 아픈건지"라고 황망해 했다.
이어 "래영이가 그렇게나 열심히 버텨주는데도 저희 가족에게는 최선의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선택은 장기기증이었다"고 전했다.
옥슈슈는 처음엔 너무 아파하는 동생을 마지막까지 더 아프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장기기증을 반대 했다고 한다.
하지만 평소 동생이 고등학생 때부터 20회 가까이 헌혈을 해 표창장을 받을 정도로 남을 생각했고, 자신은 알리나 다이소에서 저렴한 물건을 사면서도 친구와 지인들에게는 아끼지 않고 표현하고 선물하며 기뻐하는 모습으로 만족하는 아이였다는 것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에 "이런 래영이라면 장기기증 역시 기쁜 마음으로 했을 것만 같다"며 많은 고민끝에 장기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씨가 세상을 떠나기 전 전 '장기기증'을 이야기했었다고 한다.
옥슈슈는 "래영이가 일하던 곳 사장님에 따르면 래영이가 2~3개월 전 뜬금없이 '사장님! 저 장기기증 하려구요!'라고 말했고, '갑자기 왜?'라고 물으니 '그냥요!' 라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혹시나 동생이 가족의 선택을 원망하지 않았을까, 무서워하지 않았을까 가슴 아파했던 옥슈슈에게 큰 힘이 되었을 말이다.
옥슈슈는 "중환자실에 누워 힘들게 삶을 붙들고 있던 래영이, 마지막 선물을 하러 수술방에 들어가던 래영이, 저와 떠난 제주도 여행사진이 영정사진이 된 래영이를 다 보았는데도 어딘가에 래영이가 있을 것만 같아서 현실감이 없어서 슬프다는 감정보다는 왜 이런 이야기를 쓰고 있는지 그 자체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 운전자의 그저 실수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너무 아프고 허망하게 간 래영이를 위해 제가 해줄 수 있는게 박래영이라는 아이가 '이렇게 예쁜 아이였다', '마지막까지 남을 위해 살다간 멋진 아이였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널리 알려주는 것밖에 할 수가 없어 글을 쓴다"고 밝혔다.
옥슈슈는 "여러분도 우리 래영이 영원히 기억해 주실 순 없겠지만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순간만이라도 너무 예쁘다고 멋있다고, 그동안 수고했다고, 정말 대단하다고 그리고 행복하길 바란다고 진심을 담아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글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래영씨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남겼다.
"래영아.. 우리 래영이 보고 듣고 만질 수 있을 때 말해줄걸 언니가 너무 후회하고 있어.. 너무너무 미안하다..
예쁜 내동생 박래영이!.. 진짜 많이 사랑해.. 보고싶어..
언니 이런말 잘 못하는 거 알지?.. 진심이야ㅎㅎㅎ 그니까 보리랑 좀만 놀고있어봐! 나중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