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공부도 잘하고 누구보다 쾌활했던 여성 A씨는 쓸쓸히 세상을 떠나기 전 스팸 메시지에 이런 답장을 남겼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2014년 KBS '파노라마'에서 방영된 2부작 '한국인의 고독사' 방송이 재조명됐다.
방송에서는 40대 여성 A씨가 고독사를 하기 전 남긴 메시지들이 공개됐다.
부산에 살던 그녀는 배에 복수가 차며 일을 나가지 못하면서 생활고에 시달렸다.
월세가 밀린 그녀의 작은 집에는 라면 말고는 먹을 게 없을 정도로 마땅한 살림살이가 없었다.
숨진 지 17일 만에 발견된 A씨의 연고지는 알고보니 부산이 아닌 서울이었다.
서울의 동창들에게 그녀는 중학교 회장을 맡을 정도로 공부도 잘하고 사교적인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집안 사정으로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가출했던 A씨는 26년 후 부산의 한 원룸에서 고독사 한 채로 발견된 것이었다.
타지에서 외로이 세상을 떠나기 약 3개월 전 그녀는 서글픈 일기를 남겼다.
일기에는 '온몸이 또다시 붉어지고 따갑고 간지럽고, 거의 열흘을 혼자서 소주로...", "헛배가 차올라 며칠을 굶으니 잠이라도 푹 잤으면..잊자 잊자..서러워 말자"란 푸념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날, 그녀는 며칠 전 온 스팸 메시지에 'ㅡㅡ'라는 짧은 답장을 보냈다.
수소문 끝에 찾은 A씨의 친오빠는 그녀의 마지막 메시지를 보고 "눈 감는 이모티콘. 이제 눈 감겠다는 뜻인가.."라고 말하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고독사는 이제 사회적으로 외면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지난 3년(2021년~2023년 8월 기준)간 서울시 내 고독사는 총 205건으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 0명 ▲30대 7명 ▲40대 22명 ▲50대 65명 ▲60대 55명 ▲70대 42명 ▲80대 14명 등이었다.
전 연령에서 고독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난 3년간 고독사 인구 중 남성이 81%인 166명을 차지해 남성이 여성(39명)보다 사회적 고립에 더 취약한 경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