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8일(월)

'검정고무신' 기영이·기철이 유족 품에 돌아가야...법원 "이우영 작가에 저작권 있다"

인사이트故 이우영 작가 / Youtube 'BODA 보다'


[인사이트] 지미영 기자 = 만화 '검정고무신' 원작자 故 이우영 작가와 캐릭터 업체가 맺은 계약을 두고 저작권 분쟁이 일어났다.


법원은 이우영 작가 측에게 저작권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 작가와 캐릭터 업체 사이에 더는 사업권 계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박찬석 부장판사)는 캐릭터 업체 형설앤과 장모 대표가 이 작가와 유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인사이트故 이우영 작가 / 유튜브 갈무리


재판부는 "이 작가와 형설앤 사이 계약 효력이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며 "형설앤은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표시한 창작물과 광고물 등을 생산·판매·반포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작가 측이 장 대표에게 손해배상금 7,400여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사업권 계약이 특정 시점 이후 해지됐지만, 유효했던 기간에 이 작가 측의 계약 위반과 저작권 침해 행위가 있었던 만큼 배상하는 게 옳다고 봤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 작가 측은 불공정한 계약이라며 전면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선고 후 이 작가 유족의 변호인은 "'검정고무신'이 결국 이 작가의 유족 품에 돌아왔음이 확인됐지만 계약이 무효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쉽다"며 "2심에서 충분히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작가의 부인은 "너무 떨리고 너무 힘든 밤을 보내왔다"면서 "아쉬운 마음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남편이 만족하는 결과 낼 수 있도록 항소해서 (재판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인사이트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


'검정고무신'은 지난 1992∼2006년 '소년챔프'에 연재된 만화다.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초등학생 기영이, 중학생 기철이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렸다.


이 작가는 동생 이우진 작가와 함께 그림을 그렸고 이영일 작가가 글을 썼다. 작가들은 형설앤과 사업권 계약을 맺고 '검정고무신'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을 장 대표와 함께 등록했다.


이후 형설앤 측은 2019년 6월 이 작가가 '검정고무신'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책을 허락받지 않고 그렸다며 2억 8천여만 원 상당의 소송을 냈다.


인사이트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


이 작가는 애니메이션 등 2차 저작물 관련 사업 과정에서 제대로 통지받지 못했으며, 저작권을 등록할 때도 별도 계약이나 자신들의 명시적 동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형설앤 측은 정당한 계약에 따라 2차적 저작물 사업권을 넘겨받은 만큼 애니메이션 저작권은 자사에 있다고 맞섰다.


갈등이 극에 달하던 중 지난 3월 이 작가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그가 생전 저작권 분쟁으로 힘들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형설앤 측에 불공정행위를 멈추고 미배분된 수익을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