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지원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사후 시신을 찾지 못할까 봐 아이들의 팔과 다리에 이름을 적어두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다.
혹시 공습에 아이가 숨질 경우 신원을 확인해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서다.
전쟁 발발 이후 하루에 대략 11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지난 보름 동안 어린이가 1천 700명 넘게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 언론은 가자지구 중부에 위치한 한 병원의 모습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습 직후 병원에는 사상자들이 몰려들었고 병상이 부족해 병원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누운 부상자들이 빼곡했다.
영안실 역시 포화상태라 병원 앞마당부터 영안실 바닥까지 시신들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숨진 어린이들의 다리에 각각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는 가자지구 부모들이 아이가 사망할 경우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자녀 몸에 이름을 적어둔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부모가 아이의 다리와 배에 자녀의 이름을 쓴 사례가 있었다"며 "이는 아이들이 언제든지 표적이 돼 다치거나 숨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전쟁이 시작되면서 날마다 무고한 아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전쟁 이후 16일 동안 1750명의 어린이가 사망했으며 가자지구 전체 사망자의 약 38%가량이다.
살아남은 아이들도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아이들은 경련, 야뇨증, 두려움, 공격적인 행동, 신경질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소한 소리에도 깜짝 놀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소변을 보기도 한다.
이스라엘은 연일 수위 높은 대피령을 내리며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이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주요 도로가 파괴되고 이어지는 전쟁 탓에 이동 수단과 연료 등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언제 공습 당할지 모르는 위험성까지 감수해야 해 전쟁 이전보다 수십 배 더 큰 비용이 요구된다. 차량을 가진 이들은 위험 수당을 명목으로 과도한 금액을 제시하기도 한다.
당장 먹고살 돈도 없는 이들은 언제 공습을 당할지 모르는 가자지구를 떠나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22일 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북부 난민 캠프와 가자시티 알시파·알쿠드스 병원에 공습을 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차별 공습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안전하게 몸을 피할 곳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