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지원 기자 = 소싸움 대회를 두고 동물 학대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전북 정읍시가 지자체 최초로 대회를 폐지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폐지된다면 1996년부터 시작된 정읍전국민속소힘겨루기대회가 올해를 끝으로 27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지난 18일 정읍시는 오는 11월 소 힘겨루기 대회를 열되 내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물 복지를 중시하고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하는 시대적 흐름을 고려해 대회가 지속되는 것이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4년간 대회가 열리지 않아 싸움소 농가가 많이 줄었고 사회적 인식도 변화해 내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폐지가 확정된 건 아니고 내년 상황을 봐야 한다"라고 설명하며 여지를 남겼다.
정읍에서 열리는 소싸움 대회는 2003년 정부가 지정하는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될 만큼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동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소싸움이 동물 학대라는 주장과 전통문화라는 입장이 꾸준히 맞서왔다.
동물보호단체 등은 "초식동물인 소에 뱀탕·개소주 등 육식 보양식을 먹이고 혹독한 훈련과 싸움을 억지로 시키는 것 자체가 학대"라며 소싸움 폐지를 주장해 왔다. 대회 개최에 들어가는 수억원의 예산도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민속소힘겨루기협회 측은 "소싸움은 합법"이라며 동물보호법 중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려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맞섰다.
소싸움대회를 열고 있는 대구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 경남 창원시·진주시·김해시·의령군·함양군·창녕군 등 11개 지자체는 "지역 경제와 민속놀이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반대 여론을 인식해 '소싸움'을 '소힘겨루기'로 순화해 대회를 유지하고 있다.
소싸움 전용 경기장까지 갖춘 청도군은 거의 매 주말마다 경기가 열린다. 청도군 관계자는 "내년에도 축제를 열겠다"며 "전용 경기장 건립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 데다 지역의 상징성과 정통성도 크기 때문에 소싸움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동물 학대 논란은 소싸움대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 축제로까지 번졌다.
전북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6일부터 열린 전북 완주군의 '제11회 완주 와일드&로컬푸드 축제'에서 맨손 물고기 잡기를 하는 것에 대해 "동물은 인간의 식재료이기 전에 살아 있는 생명"이라며 비판했다.
맨손 물고기 잡기는 축제 기간 하천에 풀어놓은 양식 송어 3200마리를 관광객이 맨손으로 잡는 행사다.
완주군은 "맨손 물고기 잡기는 축제의 정체성이 담긴 상징 프로그램"이라며 "동물 학대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동물보호단체와 지자체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 동물 학대와 관련한 모호한 기준과 인식이 명확하게 정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