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벤처기업 멜라녹스 창업자 에얄 왈드먼(왼쪽)의 딸 다니엘/  Facebook

[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팔레스타인과의 협력과 평화를 주장해 온 이스라엘의 억만장자가 하마스의 손에 딸을 잃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2일 미국 매체 CNN은 이스라엘 벤처기업 멜라녹스 창업자 에얄 왈드먼의 딸 다니엘이 하마스가 기습 공격한 이스라엘 음악 축제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왈드먼은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로, 팔레스타인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해 온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보도에 따르면 왈드먼의 딸 다니엘은 6년 사귄 남자친구와 이스라엘 남부 레임에서 열린 음악 축제 현장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왈드먼의 딸 다니엘과 남자친구 / The Times of Israel

왈드먼은 처음 하마스가 축제를 급습했다는 소식을 듣고 딸이 살아만 있기를, 차라리 인질로 잡혔기를 바랐다고 한다.

다니엘의 휴대전화와 애플워치 추적 기능으로 딸의 행방을 찾던 왈드먼의 기대는 이내 무너졌다. 휴대전화에 남겨진 영상으로 왈드먼은 하마스가 딸과 남자친구를 어떻게 살해했는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딸과 남자친구는 차를 타고 도망가던 중 하마스에 포위되어 공격받고 사망했다고 한다. 왈드먼은 "최소 3~5명이 딸을 공격했다. 차를 향해 쏘는 총만 3정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다니엘을 만난 모든 사람이 딸을 사랑했다. 딸은 그 누구에게도 나쁜 짓을 한 적이 없으며 단지 이스라엘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했다"고 했다.

2023년 10월 7일 가자-이스라엘 국경 근처의 음악 축제에서 사람들이 총소리를 피해 빈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가는 모습 / CNN

왈드먼은 멜라녹스를 운영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는 가자지구에 R&D센터를 짓고, 팔레스타인 인재를 적극 영입했다. 팔레스타인 엔지니어를 고용하면 인건비가 절감되어 고용주 수익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력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며 다른 기업들을 향해서도 팔레스타인 인재 영입을 추천하기도 했다.

하마스에 의해 딸을 잃은 후, 왈드먼은 평화에 대한 희망을 잃지는 않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두 나라의 관계가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CNN과 인터뷰 중인 왈드만 / CNN

그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하마스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계속 팔레스타인들을 고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두 나라 사이에 신뢰를 쌓기까지는 노력할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왈드먼은 "우리는 언제나 평화를 위해 손을 뻗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스라엘은 강하고, 단결되어 있으며 다시는 어느 누구도 이스라엘 국민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를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사람들이 이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