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전 재산 80억 달러(한화 약 10조 8000억 원)을 사회에 기부하고 소탈한 삶을 추구해왔던 미국의 억만장자 찰스 척 피니가 92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경제 전문 매체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적인 면세점 DFS의 공동 창립자 피니가 전날인 9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타계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거부였지만 노후 생활과 5명의 자녀를 위해 200만 달러(한화 약 26억 8000만원)를 제외한 나머지 재산을 모두 자신이 설립한 자선재단 '애틀랜틱 필랜스로피'를 통해 대학·병원·미술관·도서관 등에 기부했다.
익명이나 가명을 써 기부받은 1000여 개 기관이나 단체들은 기부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 기부가 반복되면서 피니라는 사실이 차츰 알려졌다. "내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한다.
피니는 막대한 부를 쌓았음에도 소탈한 삶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돈을 벌수록 피니는 자신이 호화로운 삶과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특히 피니가 창립한 면세점 DFS는 공항 등에서 각종 명품을 판매하면서 매출을 올렸지만 정작 피니는 15달러(한화 약 2만원) 이상의 손목시계는 구매하지 않았다.
또 부의 상징인 호화 요트도 갖고 있지 않았으며, 출장 시 비행기를 탈 때면 이코노미석에 탑승했다. 그는 자동차를 보유하지 않은 탓에 평소 이동할 때는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를 이용했다.
피니의 궁핍했던 어린 시절도 조명을 받고 있다. 피니는 1931년 미국 뉴저지주 맞벌이 가정에서 태어나 골프장에서 캐디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돈을 벌어왔다.
1948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군에 자원입대하고 전역자에게 주어지는 장학금을 받아 코넬대에 입학했다. 이후 캠퍼스에서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동료 학생들에게 팔았다.
피니는 파리 소르본대 강좌 수강을 위해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현지에 주둔 중인 미국 해군에 면세 주류와 향수 등을 팔면서 면세업계에 뛰어들었다.
1950년대 미국인들의 유럽 관광 증가와 일본인들의 하와이 관광이 늘어나면서 사업도 크게 번창했다. 또 IT 업체가 성장하는 시기, 성장성이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부를 끌어모으기도 했다.
피니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빌 게이츠는 피니 "피니는 나의 엄청난 롤모델이자 살아있는 동안 베푸는 최고의 사례"라고 했다.
또 '세계 최고 투자자'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피니는 모든 이의 영웅이 돼야 한다"라고 찬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