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사가 구조비+보호비 몽땅 후원...무사히 구조된 반달가슴곰 '주영이'
[인사이트] 정봉준 기자 = 강원 화천군에서 웅담(곰 쓸개) 채취용으로 사육되던 2013년생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구조된 소식이 알려졌다.
10일 동물보호단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 '카라'는 화천에서 암컷 반달가슴곰 한 마리를 구조했다.
단체는 농가 소유주에게 "사육곰을 도축하지 않겠다"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농가 소유주는 환경부에서 공영 보호시설(생추어리)을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 도축을 포기했다.
이번 구조는 한 고등학교 교사 덕분에 진행됐다. 무사히 구조된 사육곰의 이름은 '주영이'다. 주영이는 후원자의 이름을 딴 이름이다.
고등학교 교사는 이번 사육곰 구조를 위해 구조 비용과 구조 후 보호 비용까지 전부 부담한 것으로 전해진다. 후원자인 교사 덕분에 주영이는 동물단체 자체 보호시설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2021년부터 단체 두 곳이 구조한 사육곰은 총 17마리다. 현재 구조된 사육곰 17마리는 자체 보호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다. 단체는 농장으로 남아있던 곳을 보호시설로 개조했고, 곰들이 살기 좋게 환경을 꾸린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전국에는 300마리에 가까운 곰들이 웅담 채취를 목적으로 사육되고 있다"
최인수 카라 활동가는 "이번 구조로 군에서 사육곰이 완전히 사라진 점은 의미가 크지만, 아직 전국에는 300마리에 가까운 곰들이 웅담 채취를 목적으로 사육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정부와 사육곰 농가, 동물단체가 모여 사육곰 산업을 끝내고 남아있는 사육곰을 보호하기로 협약했으며 이에 발맞춰 국회와 환경부에서 관련법과 보호시설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태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대표도 "정부의 공영 사육곰 보호시설이 완공돼도 현재 남아있는 사육곰들의 절반가량은 여전히 갈 곳이 없고, 보호시설의 운영 주체에 따라 복지 수준도 달라질 수 있어 민간에서도 자체적으로 보호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단체의 보호시설도 완전한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사육곰들을 구조하고 복지 향상을 위해 나날이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