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까지 길게는 727일, 짧게는 391일가량 검찰의 집중 수사를 받았다.
그동안 이 대표가 검찰의 직접 조사를 받은 건 6번이다. 민주당에선 "이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이 376회에 달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표적 수사'라는 반발을 무릅쓰고 이 대표를 향한 전방위적 수사를 벌였음에도 법원의 첫 잠정 판단에 판정패를 당한 검찰은 남은 수사 동력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해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1,500여 쪽 분량의 의견서와 이 대표가 직접 서명한 공문서 등을 제시해 가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으나 주요 혐의인 배임 및 뇌물죄는 확보한 증거만으로 범죄 혐의가 개연성 있을 정도로 소명되지 않았다는 1차 판단을 내린 것이다.
법원이 이 대표의 주요 혐의에 대한 검찰의 소명이 부족하고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사실상 검찰의 '완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실수사·표적수사라는 비판은 물론 향후 이 대표의 남은 의혹 수사 동력도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21일 "이번 구속영장에 기재한 범죄 사실은 혐의가 좀 더 확실한 것을 중심으로 범죄사실을 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대규모 비리의 정점은 이 의원이고 이 의원이 빠지면 구속된 실무자들의 범죄사실 성립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대부분 혐의에 대한 검찰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법원의 판단에 혐의 입증을 자신했던 검찰의 입장은 난감해졌다.
다만 법원은 백현동 의혹에 대해 이 대표의 관여를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위증 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부분은 검찰이 그나마 치명타를 피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이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시선도 있다.
검찰 입장에선 이 대표의 혐의 사실관계를 촘촘하게 보강해 재판에서 유죄 판단을 받아내는 것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검찰은 보강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의 혐의 소명이 부족하고 증거 인멸 염려도 적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은 만큼 구속영장 재청구보다는 불구속기소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성남FC 사건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자동 기각되자 약 한 달 뒤 이 대표를 불구속기소 한 바 있다.
반면 이 대표는 그동안 쏟아졌던 의혹의 시선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민주당 내에서 흔들리고 있던 대표로서의 리더십도 이번 영장 기각으로 다소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