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한국전쟁과 남북분단,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천안함 사건, 세월호 참사부터 최근에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와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뼈아픈 진통을 겪어온 한국 사회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실'의 상태에 놓여 있다.
가족의 실종과 죽음,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 이혼, 절연, 입양, 이민, 알코올 의존증, 일 중독, 치매, 공황장애, 만성적인 정신질환까지, '모호한 상실'은 가족심리의 최전선에서 집중 연구한 폴린 보스 박사가 현대 사회에 만연한 '상실'에 대해 짚어보고 '치유의 길잡이'를 제시한 책이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의 가족사회학 명예 교수이자, 오랜 기간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가족사회학 교수로 일한 저자는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하며 4,000명 이상의 가족들을 만나 상담을 진행하면서 '모호한 상실' 이론을 정립했다.
'모호한 상실'이란 '완전한 상실'이라고 부를 수 없는, 그렇지만 여전히 상실감에 젖어 있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보스 박사는 '해결되지 않은 슬픔'의 현상을 두 가지 상황, 즉 치매나 알코올 의존증과 같이 육체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심리적으로 부재하는 경우와, 자연재해나 참사로 인한 실종과 같이 육체적으로 부재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여전히 존재하는 경우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모호한 상실' 이론은 가족심리학의 바이블이라는 평을 받으며 많은 심리전문가들에게 쓰이고 있다.
'상처받은 치유자'로 불리는 폴린 보스 박사는 저자 개인이 겪은 일화는 물론, 편지, 대화문(환자와의 상담), 문학작품 등 다양하고 생생한 사례들을 통해 모호한 상실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상실의 트라우마에 직면한 사람들과 그들을 상담하는 임상심리치료사들을 위해 쓰인 '모호한 상실'은 오랜 연구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고통을 완화하고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제안하고, 삶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나아갈 지침과 이해를 제공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