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강원도 양양이 '양리단길'로 불리며 핫플로 자리매김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출을 보러 오는 이들이 드문드문 찾았던 바다에 명암이 공존하고 있다.
서핑 명소로 유명해지면서 파다 위엔 색색의 파스텔톤 서프보드가 물결에 춤추듯 움직인다. 이글거리는 태양에 뜨겁게 달궈진 백사장 아래로 젊음이 모여들었다.
조용했던 어촌이 화려한 조명이 어둠을 밝히는 핫한 도시로 떠올랐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주민들은 고통받고 있는 중이다. 젊은이들에겐 낭만의 밤이 지역을 오래 지킨 할머니에게는 지옥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 한국일보에서는 양리단길의 폐해를 조명했다. 함께 공개된 영상에는 지역에 살고 있는 할머니의 고충이 담겼다.
올세 76세인 최 할머니의 집 창문과 야외 주점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와 불과 4m 거리다. 창문 아래서 측정한 소음은 65~74데시벨(dB), 생활 소음 기준인 60dB을 훌쩍 뜅어넘는다.
업체끼리 경쟁이 붙은 탓에 소음은 계속 커지는 중이다.
한 가게에서 소리를 크게 틀면 다른 가게의 소리가 묻혀버린다. 그러다 보니 서로 경쟁적으로 소리를 키우기 시작했고, 주변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젊음의 밤은 다음 날 아침도 괴롭게 한다. 해가 뜨면서 드러나는 건 해변에 널린 쓰레기다.
컵라면 용기와 일회용컵, 다 쓴 폭죽과 맥주캔, 과자봉지 등의 쓰레기가 방치돼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악취까지 내뿜고 있다.
'로컬 감성'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양리단길은 이제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의 대표적인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오버 투어리즘은 작은 규모의 공동체에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말한다.
관광객을 모두 수용할 만한 인프라가 없는 상태에서 양적 성장만 이루다 보니 현지 주민들의 사생활 피해가 발생한다.
관광객을 인위적으로 줄일 수도 있지만 정작 지역 경제난이 심각해질 수 있어 해결책은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자체와 경찰에 신고해도 적은 인력이 나서 계도하는 정도. 몇 년 사이 불어온 '리단길' 열풍에 지역 사회가 고통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