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부산에서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갔던 10대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피의자 A씨는 스터디카페 관계자인 것처럼 속여 피해 여성에게 성매매를 권유하고 성폭력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A씨에게 면접을 보러 갔다가 유사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라고 권유받은 10~20대가 최소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부산일보는 스터디카페 아르바이트 면접을 갔다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라고 권유를 받은 여성들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 B 씨가 세상을 떠난 후 유족과 지인들은 피해자의 생전 증언 등을 바탕으로 부산진구 스터디카페 아르바이트생 구인을 미끼로 성매매 권유가 이뤄졌다는 걸 확인하고 직접 SNS를 통해 비슷한 피해 경험이 있는 여성들을 찾아 나섰다.
유족에 따르면 해당 스터디카페 면접을 보러 갔다가 다른 일을 알선받았다는 제보가 30건가량 들어왔으며 문제의 키스방까지 갔다는 내용도 일부 포함됐다.
이상한 분위기에 놀라 도망쳤다는 이도 있었지만 성적인 폭력이 있었다는 사례도 나왔다. 피해자 중 일부만 제보했을 것을 감안하면 A 씨의 성매매 알선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피해 여성들의 증언에 따르면 피의자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에 게시된 이력서의 연락처를 통해 10~20대 여성에게 부산진구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며 문자를 보냈다.
이후 사는 지역, 근무 가능 시간을 확인하고 면접을 보자며 해당 스터디카페로 불러낸 뒤 토킹바, 룸카페, 키스방 등에서 일하라고 권유했다.
구직자가 거절 의사를 밝혀도 "위험하거나 이상한 게 아니다", "클럽이나 헌팅포차 정도의 스킨십이다.", "손잡고 허리 감싸는 정도다"라며 설득했다.
얼떨결에 키스방까지 갔다가 성인용품과 피임기구 등을 발견해 성매매가 이뤄진다고 짐작했지만, 위압적인 분위기에 도망칠 수조차 없어 설명을 다 듣고서야 나올 수 있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해당 스터디카페 관계자의 증언도 A 씨가 그동안 젊은 여성들은 상대로 유사 성매매 알선해 왔다는 것을 짐작하게 해준다. 스터디카페 측은 회의실을 빌려줬을 뿐 이들의 구체적인 면접 내용 등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스터디카페 관계자는 "친구들이랑 같이 사업한다고 했는데, 6개월 이상 면접을 한다며 일주일에 2~3번 왔다. 20대 초반 젊은 여자들이 많게는 2~3명 정도 왔다. 한 명씩 면접을 보고 대화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를 이용해서 대상을 물색해 피해자를 유인해 유사 성매매업소의 실상을 감춘 채 무차별적으로 구인 작업을 벌인 것이다.
스터디카페 아르바이트라고 속인 것은 키스방 인근에 실제 스터디카페가 있어 범행에 활용하기 쉽고, 젊은 여성 사이에 비교적 쉬운 아르바이트로 꼽힌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부산 사하경찰서는 6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성매매 알선·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직업안정법 위반 등 혐의로 A 씨를 구속 상태에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 씨로부터 여성을 공급받은 부산진구 키스방 운영자 30대 2명도 직업안정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검찰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