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10일(금)

"난 다 썼어"...아기 못 낳는 동생 위해 자기 자궁 이식해 준 언니

인사이트Womb Transplant UK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영국에서 첫 자궁 이식 수술이 이뤄진 가운데 기증자와 수혜자가 자매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지난 23일(현지 시간) 영국 BBC는 옥스퍼드 처칠 병원 외과 의사들이 영국의 첫 자궁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기증자는 40세 여성 A씨, 수혜자는 34세 여성 B씨로 두 사람은 자매 사이다.


의사들은 두 사람 모두 수술 이후 무사히 회복한 상태이며 현재 여동생은 시험관 시술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인사이트Womb Transplant UK


2월 진행된 자궁 이식 수술에는 무려 30명 이상의 의료진이 동원됐으며 약 17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기증자인 언니 A씨는 이미 두 명의 자녀를 낳았고 동생이 자신만의 단란한 가정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자궁을 동생 B씨에게 선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기 회수 팀을 이끌었던 산부인과 의사 리처드 스미스(Richard Smith) 교수는 "자궁 이식을 연구하는 데 25년을 보냈다"라면서 이번 수술에 대해 "대단한 성공"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이 감정적이었다. 나중에 우리 모두 약간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인사이트수술을 마친 직후 수술팀의 모습 / Womb Transplant UK


자궁 이식 팀을 이끌었던 이식 외과의사 이사벨 키로가(Isabel Quiroga)는 "수혜자는 정말 행복해 했고 현재 두 명의 아기를 가질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그녀의 자궁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완벽하다. 우리는 상황을 매우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B씨는 이식 수술 후 2주 만에 첫 생리를 시작했다.


다른 이식 환자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조직 거부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인 건강상의 위험을 수반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 2번의 임신 후 자궁을 다시 제거해야 한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B씨는 자궁이 없거나 덜 발달했지만 난소는 기능하는 희귀 질환인 1형 MRKH 증후군(Mayer–Rokitansky–Kuster–Hauser Syndrome)을 가지고 태어났다.


수술 전 그녀는 남편과 불임치료를 받았고 현재 8개의 배아를 보관하고 있다.


이식 수술 전 상담 후 두 사람은 인체조직관리청(Human Tissue Authority)의 검토와 승인을 받았다.


수술비 25,000파운드(한화 약 4,170만 6,750원)은 자선 단체 '영국 자궁 이식(Womb Transplant UK)'이 지불했다.


또한 이날 참여한 의료진 30여 명은 무급으로 일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영국 자궁 이식' 회장인 스미스 교수는 팀이 총 15건(생존 기증자 5건, 사망 뇌사 기증자 10건)의 자궁 이식 수술을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지만, 수술비를 모두 지불하려면 300,000파운드(한화 약 5억 5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놀라운 사실은 현재 영국에 자궁 문제로 인해 불임증을 앓고 있는 가임기 여성이 15,000명이 넘는다는 것"이라면서 "그들은 자궁 없이 태어났거나 암 또는 기타 신체 이상으로 자궁 적출술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14년 스웨덴의 한 여성이 60대 친구로부터 자궁을 이식받아 첫아이를 출산했다.


그 이후 전 세계적으로 100건의 자궁 이식 수술이 이루어졌으며 미국, 스웨덴에서 약 50명이 태어났고 터키, 인도, 브라질, 중국, 체코, 독일, 프랑스에서도 이식된 자궁을 통해 아기가 태어났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영국의 외과의사들은 2015년 자궁 이식 수술 허가를 받았다.


'영국 자궁 이식'에 따르면 500명 이상의 여성이 자궁 이식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며 단체에 연락해왔고, 약 12명 정도가 대기자 명단에 오르기 위한 전제조건인 배아를 보관 중이거나 불임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스미스 교수는 "성전환으로 여성이 된 경우 골반, 혈관의 해부 구조 차이 등의 문제로 지금으로서는 자궁 이식 실현 가능성이 없으며, 앞으로 최소 10년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