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영국에서 첫 자궁 이식 수술이 이뤄진 가운데 기증자와 수혜자가 자매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지난 23일(현지 시간) 영국 BBC는 옥스퍼드 처칠 병원 외과 의사들이 영국의 첫 자궁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기증자는 40세 여성 A씨, 수혜자는 34세 여성 B씨로 두 사람은 자매 사이다.
의사들은 두 사람 모두 수술 이후 무사히 회복한 상태이며 현재 여동생은 시험관 시술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2월 진행된 자궁 이식 수술에는 무려 30명 이상의 의료진이 동원됐으며 약 17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기증자인 언니 A씨는 이미 두 명의 자녀를 낳았고 동생이 자신만의 단란한 가정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자궁을 동생 B씨에게 선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기 회수 팀을 이끌었던 산부인과 의사 리처드 스미스(Richard Smith) 교수는 "자궁 이식을 연구하는 데 25년을 보냈다"라면서 이번 수술에 대해 "대단한 성공"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이 감정적이었다. 나중에 우리 모두 약간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자궁 이식 팀을 이끌었던 이식 외과의사 이사벨 키로가(Isabel Quiroga)는 "수혜자는 정말 행복해 했고 현재 두 명의 아기를 가질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그녀의 자궁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완벽하다. 우리는 상황을 매우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B씨는 이식 수술 후 2주 만에 첫 생리를 시작했다.
다른 이식 환자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조직 거부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인 건강상의 위험을 수반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 2번의 임신 후 자궁을 다시 제거해야 한다.
B씨는 자궁이 없거나 덜 발달했지만 난소는 기능하는 희귀 질환인 1형 MRKH 증후군(Mayer–Rokitansky–Kuster–Hauser Syndrome)을 가지고 태어났다.
수술 전 그녀는 남편과 불임치료를 받았고 현재 8개의 배아를 보관하고 있다.
이식 수술 전 상담 후 두 사람은 인체조직관리청(Human Tissue Authority)의 검토와 승인을 받았다.
수술비 25,000파운드(한화 약 4,170만 6,750원)은 자선 단체 '영국 자궁 이식(Womb Transplant UK)'이 지불했다.
또한 이날 참여한 의료진 30여 명은 무급으로 일했다.
'영국 자궁 이식' 회장인 스미스 교수는 팀이 총 15건(생존 기증자 5건, 사망 뇌사 기증자 10건)의 자궁 이식 수술을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지만, 수술비를 모두 지불하려면 300,000파운드(한화 약 5억 5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놀라운 사실은 현재 영국에 자궁 문제로 인해 불임증을 앓고 있는 가임기 여성이 15,000명이 넘는다는 것"이라면서 "그들은 자궁 없이 태어났거나 암 또는 기타 신체 이상으로 자궁 적출술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14년 스웨덴의 한 여성이 60대 친구로부터 자궁을 이식받아 첫아이를 출산했다.
그 이후 전 세계적으로 100건의 자궁 이식 수술이 이루어졌으며 미국, 스웨덴에서 약 50명이 태어났고 터키, 인도, 브라질, 중국, 체코, 독일, 프랑스에서도 이식된 자궁을 통해 아기가 태어났다.
영국의 외과의사들은 2015년 자궁 이식 수술 허가를 받았다.
'영국 자궁 이식'에 따르면 500명 이상의 여성이 자궁 이식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며 단체에 연락해왔고, 약 12명 정도가 대기자 명단에 오르기 위한 전제조건인 배아를 보관 중이거나 불임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스미스 교수는 "성전환으로 여성이 된 경우 골반, 혈관의 해부 구조 차이 등의 문제로 지금으로서는 자궁 이식 실현 가능성이 없으며, 앞으로 최소 10년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