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성폭력에 맞서려고 브라 속에 '망치' 품고 다닌 남극기지 여성 정비사

인사이트남극 맥머도 기지 / United States Antarctic Program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남극기지에서 일하던 여성 기계 정비공이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옷 속에 망치를 지니고 다녀야 했다고 폭로했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미국 AP통신은 미국 정부 기관이 감독하는 남극기지에서 고립된 환경과 마초 문화로 인해 성폭력이 만연했으며 신고도 묵살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남극 프로그램을 관장하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지난해 59%의 여성이 남극기지에서 성희롱,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72%는 그런 행동이 남극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괴롭힘 그 자체에 그치지 않았다.



매체는 법원 기록과 내부 소통 자료를 검토하고 전현직 직원 12명 이상을 인터뷰한 결과 괴롭힘이나 폭행에 대한 신고가 고용주에 의해 최소화되어 묵살당하거나 불이익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남극기지에서 기계 정비공으로 일했던 여성 리즈 모나혼(Liz Monahon)은 AP와의 인터뷰에서 "2021년 기지에서 한 남성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하고 목숨까지 위협당했지만, 그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Unsplash


이어 "나를 지키기 위해 망치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 주로 작업복이나 스포츠 브라 속에 망치를 넣고 생활했다"라면서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디서라도 그가 내 근처에 오면 나는 그에게 (망치를) 휘두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사는 해당 남성이 뉴질랜드에서 전과가 있었으며 기지에 배치되기 전 보호 관찰 명령을 위반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남성은 이후 기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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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기지에서는 모나혼과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


2019년에는 한 급식 노동자로 일하던 여성이 남성 동료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상사에게 고발했지만 두 달 후 여성이 해고됐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고위직 남성에게 성추행당했다고 신고한 한 여성이 다시 가해 남성과 함께 일하게 되는 일도 있었으며, 강간을 당한 한 여성은 이후 고용주에 의해 단순 괴롭힘으로 잘못 분류되기도 했다.


인사이트맥머도 기지 / GettyimagesKorea


남극기지의 성폭력 문화가 공론화되자 NSF는 지난해 남극의 안전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NSF는 이러한 불만 사항을 처리하기 위한 사무실을 만들고 피해자의 비밀을 보장하며 24시간 헬프라인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맥머도 기지에 연구용역을 수주한 업체 레이도스(Leidos)는 성폭행 및 성희롱 사건을 즉시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레이도스 측은 지난해 12월 의회에 출석해 직원 주거동의 방문에 밖을 내다볼 수 있는 구멍을 만들고 여러 개의 침실을 열 수 있는 마스터키에 대한 접근을 제한했으며 현장에 있는 직원들에게 위성 전화를 추가 제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