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암스테르담 중앙역 인근, 네덜란드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홍등가'가 나온다.
17세기 해상 무역의 강국이었던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는 여러 나라의 뱃사람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레 홍등가가 발전하고 성매매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가 성매매업을 합법화한 건 지난 2000년부터다.
수백 년 전부터 이뤄진 성매매를 음지에 두고 방치할 바엔 차라리 양지로 끌어올려 관리하겠다는 결정이었다.
그로부터 20년이 훌쩍 지났다. 성매매 합법화 소식에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찾아왔고, 인구 90만 명의 도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연간 관광객은 2,000만 명에 이른다.
여기에 대마초까지 합법이라 암스테르담은 '마약과 향락의 도시'라는 악명을 떨치고 있다.
성매매 합법화의 결과도 좋은 편이 아니다.
네덜란드 정부가 2015년 내놓은 '성매매 합법화 평가 보고서'를 보면 성매매 합법화로 관련 범죄를 막았다거나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성매매를 법의 테두리 안에 두었다고 하더라도 그 테두리의 바깥에 존재하는 불법 이민자의 성매매도 새로운 과제로 남았다.
성매매 합법화에도 각종 사건사고와 범죄가 끊이지 않고, 늘어나는 관광객들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이 극심한 가운데 암스테르담시는 지난 2021년 '에로틱 센터' 프로젝트를 내놨다.
성매매 여성의 안전을 고려할 때 취객 등 위험 요인이 많은 도심보다 한적한 곳에 센터를 건립하는 게 낫다는 이유다.
시는 "성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작업장을 제공하고, 성 노동자들의 지위를 향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장 안이 훤히 보이는 유리문 탓에 성매매 여성들이 행인들의 조롱 대상이 됐고,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취객 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교외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
암스테르담시가 시 의회에 제출한 도시환경정비사업 계획서를 보면 에로틱센터는 5층짜리 건물로 면적은 5,000㎡, 객실은 100개에 달한다. 부대 시설로는 술집 두 곳과 스트립클럽 한 곳이 마련된다.
현지 매체들은 에로틱센터 근처에 성매매 사업 종사자의 안전을 위한 응급구조센터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관광객을 통제하기 위해 출입구는 한 곳으로 제안하고 입장료도 받는다.
다만 2023년인 현재까지도 센터 건립은 답보 상태에 있다. 올해 말까지 부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건립 후보지의 주민들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하필 왜 우리 동네냐'는 이유다.
가장 거세게 반대하는 건 유럽의약품청(EMA)이다. EMA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영국 런던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했다.
EMA는 "(센터가 건립되면) 마약 거래, 취객, 무질서한 행위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EMA 이전 당시 네덜란드 정부는 '보안과 평온'을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맞서는 중이다.
매춘정보센터(PIC)도 반대하고 있다. PIC는 성명에서 "도시 맨 끝으로 성 노동자들을 밀어내는 건 '성 노동이 부끄러운 일이며,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한다"고 밝혔다.
다수의 성매매 종사자들도 시가 종사자들의 안전을 명분으로 세웠으나 사실은 네덜란드 이미지 개선이 진짜 목적이라며 의심하고 있다.
디데릭 붐스마 기독민주당 대표 또한 이를 '섹스 디즈니랜드'에 비유하며 "매춘을 지나치게 낭만화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성매매를 합법화했으나 온갖 사회문제가 지속되고 매춘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에로틱 센터가 성공적으로 건립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