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같은 차량을 국내보다 미국 등 국외 시장에서 더 비싸게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국외에서 싸게, 국내에서 비싸게 파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 상품성이 개선되고 브랜드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역전 현상'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독일, 일본 차에 밀려 '저가 자동차' 취급받던 국산차가 이제야 제값을 받게 된 셈이다.
지난 16일 매일경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사업보고서에 공시된 국내외 평균 자동차 판매 가격을 놓고 비교한 결과 해외 판매가격 상승률이 국내보다 높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차의 해외 승용차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7.79% 올랐다. 국내(3.2%)보다 2배 이상 큰 인상 폭이다.
미국에서 10대 중 7대가 팔리는 SUV를 포함한 레저용 자동차(RV)는 5년간 해외 평균 판매가격 상승률이 국내보다 3.4배 높았다.
현대차의 준대형 SUV인 팰리세이드 캘리그래피 트림의 미국 공식 판매가격은 5만 100달러(한화 약 6716만원)이다.
같은 사양의 국내 팰리세이드 가격은 5106만원으로 판매 가격만 약 1600만원 차이가 난다.
팰리세이드가 미국 등 국외에서 국내보다 비싸게 팔리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과거에는 국내에 판촉 할인 등을 활용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그럴 필요가 없을 만큼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싸게 팔리는 차가 아닌 제값을 받는 차가 된 것이다.
최근 이어진 달러 강세로 미국 판매가를 원화로 환산했을 때 가격 차이가 더 커진 측면도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을 미국으로 이송해야 하기 때문에 운송비 등이 추가된다.
독일 차를 국내에서 타면 더욱 비싸게 타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두 자릿수 판매 실적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차·기아 미국법인에 따르면 양사 합산 지난달 미국 내 판매량은 지난해 동월 대비 12.1% 증가한 14만 3787대였다.
RV 판매량은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가 5만 3959대로 23.6%, 기아는 5만 889대로 17.0% 각각 늘어 전체적으로는 10만 4848대(20.3%)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