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10일(금)

가난했던 '독립운동가'들이 항상 단정하게 '양복' 차려입었던 이유

인사이트영화 '밀정'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영화 '밀정'에는 무장 독립운동단체 '의열단'의 활약상이 담겼다. 


의열단은 약산 김원봉을 단장으로 하는 단체로 식민 통치에 대항하기 위해 일본의 주요 인사들을 암살하거나 기관을 파괴하는 공작 등을 수행했다. 


영화 속 의열단원들은 단정한 양복을 입고 등장한다. 조끼 위로 드러난 셔츠의 카라 끝에는 금속 핀을 꽂아 단정한 목선을 완성했다. 


긴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중절모를 더해 신사의 품격을 높였다. 


인사이트영화 '밀정'


이들의 복장과 관련한 실제 기록도 찾아볼 수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혁명가였던 김산 선생은 '아리랑'에서 이렇게 증언한다. 


"의열단원들은 스포티한 멋진 양복을 입었고, 머리를 잘 손질하였으며, 어떤 경우에도 결벽할 정도로 말쑥하게 차려입었다"


그들이 이렇게 복장과 외모에 신경 쓰는 이유는 있었다. 


김산 선생은 "그들은 사진 찍기를 아주 좋아했는데 언제나 이번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찍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인사이트의열단 /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영화에서 의열단원 역을 맡았던 공유는 "왜 이렇게 의아스러울 정도로 멋있을까 했던 궁금증이 해결됐는데,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처연하게 느껴졌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의열단원들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김익상은 김원봉으로부터 폭탄 두 개와 권총 두 자루를 들고 국내로 들어와 총독부 건물을 파괴했다. 


김상옥 의사는 종로 경찰서에 폭탄을 던지고 수백 명의 경찰을 홀로 상대하며 3시간 동안 총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때 울린 총소리는 일본인들에게 공포감을 심어 주었다. 


인사이트도산 안창호 / 독립기념관


다른 이유로 양복을 입는 독립운동가들도 있다. 


지난 2016년 MBC '무한도전'에서는 미국에 남아 있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후손들을 만나며 안창호 선생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당시 안창호 선생이 양복을 입고 오렌지를 따는 모습을 찍은 사진 한 장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사진 속 안창호 선생 양복을 입고, 자루를 멘 모습이다. 자루에는 방금 수확한 오렌지가 한가득 들어 있다.


이를 본 유재석은 "굉장히 오해하실 수 있으실 것 같다. 굉장히 넉넉하게 생활을 한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인사이트MBC '무한도전'


그러자 안창호 선생의 장녀 안수산의 아들 필립 안 커디는 "재외 한인들 모두가 가난했다. 이들 대부분이 농부였고 재단사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만날 때면 옷을 단정히 입고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지인들에게) 한국인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했다"고 덧붙였다. 


조금이나마 조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항상 품위를 유지하려고 했던 것. 안창호 선생은 재외 한인들이 가난한 삶 속에서도 자긍심과 독립 의지로 살길 바랐다.